[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부 구약교회의 신정정치 -2. 선지자 모세의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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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최초에 등장하는 5권의 책을 “모세오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유대민족의 역사적 형성의 기초가 된 다섯 경전이 일반적으로 모세가 받은 계시를 적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5권의 책 중 출애굽과 관련된 문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된 역사적 사건과 함께 반복된 일련의 언약 혹은 계약의 형태로 주어졌다. 출애굽기와 신명기는 시내산 언약과 모압 평지의 언약으로 기술되었고, 이 두 책은 38년의 역사적 차이를 두고 있다. 출애굽기 후에 배치된 레위기는 거룩한 백성의 정결 예식을 위한 책으로 “제사장 나라”의 규례, 즉 제사의 방법과 생활의 성결함을 유지하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민수기는 율법의 적용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여 광야를 지나는 여정을 제공하며, 두 번에 걸친 민족의 수효를 계수한 기록을 담고 있다.
40년 동안 이스라엘의 여정에서 하나님은 왕이시다. 하나님 나라의 통치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언약의 중재자로서의 모세의 위상은 막대하게 중요하다. 세상의 제국에 대조되는 “하나님의 나라”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하나님은 훈련된 지도자 모세를 사용하였다. 하나님의 백성과의 소통의 통로는 거의 유일하게 모세 개인에게 집중되었다. 이에 일찍이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권위(authority) 혹은 지도력(domination)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며, 그 첫 이념형을 관료에서 발견되는 합리적-법적 권위, 둘째는 족장이나 왕가에서 보여주는 전통적 권위, 그리고 개인의 예외적 신성함(sanctity), 재능과 영웅적 행위(heroism)에 의한 카리스마적 권위를 예로 들었다. [Max Weber, Economy and Society: An Outline of Interpretive Sociology, trans. and ed. by Guenther Roth and Claus Wittich et. als. (Berkeley: Univ. of Cal. Press, 1978), 215-216, 952-954.] 이중 특별히 신성한 권위를 사용하는 카리스마적 지배의 대표적 인물을 선지자 모세로 본다. [베버는 카리스마적 권위의 종교적 측면의 대표적 인물로 예언자를 들었다. 그리고 그 예로 예수, 이스라엘의 선지자와 모하메드, 붓다와 조로아스터 등을 들었다. 모세는 특별히 예언자이면서 입법자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Max Weber, Economy and Society, 439-444.]
카리스마란 “은사”(恩賜, gift), 곧 위로부터 부여된 개인적인 능력이나 개성과 혹은 천부적 인격을 말한다. 카리스마적 권위란 또한 하나님이 부여한 은사를 사용함으로 하나님의 권위와 임재를 대신하는 일꾼을 의미하였다. 모세와 같은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진 자는 종종 초자연적인 기적과 신비한 지식을 가지고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두려움과 신뢰의 대상이 되었다. 모세라는 선지자의 지도력은 영적 엘리트의 확고한 표상이 되었다. 예언자로 불리기도 하는 선지자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선지자 “나비”의 의미는 하나님의 “대언자”(mouthpiece)였다. 그는 여호와의 총회, 여호와의 어전회의에 참석하여 하나님의 뜻을 깨달은 자였기 때문에, 절대적인 권위를 소지한 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강력한 권위는 그가 행하는 예언의 정확성과 아울러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영적인 능력으로 검증되었다. 선지자는 신령한 예언을 하지만, 피안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시인, 설교가, 정치가, 애국자, 사회비평가 그리고 도덕가이다. [Abraham J. Heschel, The Prophets (N.Y.: Harper & Collins, 1969), 이현주 역, 『예언자들 1』 (서울: 종로서적, 1996), v-vi.]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지고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던 모세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능력이었다. 출애굽기 3장에서 시작된 모세의 소명으로부터, 기적은 사명을 위한 기본적인 은사이자 능력, 곧 “카리스마”였다. 모세는 호렙산에서 떨기나무 불꽃 사이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그는 선지자가 가진 사명의 중차대함과 두려움으로 임무의 수행을 거절하지만, 하나님은 기적으로 그를 강화시킨다. 모세는 자신에게 하나님의 권위가 임하였음을 자신의 지팡이가 뱀이 되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며 인정한다. 또한 하나님은 의심하는 그를 위하여 옷에 손을 넣음으로 문둥병이 발생하고, 다시 그 손을 옷 속에 넣었다가 빼는 것으로 문둥병이 낫는 체험을 하도록 그를 강화시킨다. 유대 민족을 해방시키려는 하나님의 계획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인 모세를 세워서, 억압당하는 백성 중에 해방의 소망을 불러일으키고, 출애굽이라는 해방의 원형적 사건을 주도하려는 것이다.
막스 베버에 의하면,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혁명적 특성을 가질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카리스마적 리더는 구성원의 신뢰와 인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견상 유약한 것처럼 보인다. 그 구성원의 인정을 결집하는 이유는 전례가 없는 비일상적인 것, 전대미문의 것, 혹은 신성한 것이 나타났다는 확인에 기반하기 때문에, 불같은 지지와 권위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지도자에게 초자연적인 것이 단절되는 순간 영향력은 퇴조하고 만다. 열광이 식고 불평이 고조될 때, 카리스마적 권위는 도전받는다. 초자연적인 기적이나 영웅적 현상은 불처럼 일어날 때, 발생하는 혁명적인 영향력은 이전의 전통적 지배나 합리적 지배를 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신적 명령은 규칙과 전통을 무너뜨리며, 경외심은 백성의 복종을 통해 창조적인 혁명을 낳는다. 모세는 종종 히브리인의 불평과 광야의 고난으로 선지자의 지위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백성을 심판하면서까지 공동체를 건설하는 혁명적 능력을 수행하였다. 모세는 온유했으나, 그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으로 전통적인 지도력이나 합리적인 지도력과 같은 자연적인 능력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베버가 말한 카리스마적 리더의 혁명적 성격이다. [Weber, Economy and Society, 11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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