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얀 스테인의 “사치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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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를 경계하라, 1663, 얀 스테인
빈 미술사 박물관(빈, 오스트리아)
혼돈의 식탁 풍경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 시대의 풍요 속 사치와 방종을 한 작품 안에 비틀듯 담아낸 풍속화가 얀 스테인의 작품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젊은 여인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과 다른 과감한 옷차림으로 도발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유혹이자 경고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남자의 옷 위에 흘릴듯 말듯한 붉은 와인잔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 옆의 남자는 그녀의 무릎에 다리를 올린 채 딴청을 피고 있는데, 이는 당시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몸짓이었습니다.
남자는 사실 이 집의 주인입니다. 또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찰나의 순간 사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이 되어주는 본보기가 되는 인물입니다. 작은 연회를 베푼 사나이는 뒤에서 꽃을 든 채 교리를 전하고 있는 수녀의 말을 공허한 눈빛으로 퇴색시켜 버립니다. 남자의 아내는 식탁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노아의 시대에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자기 남편과 가족에게 어떤 일이 닥칠 줄 모르고 흥청망청 잔치를 즐기다 잠에 들었습니다.
방 안이 무질서로 가득합니다. 탁자 위에는 개가 고기파이를 파먹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이 틈에 귀중품 캐비넷을 열어 꺼내기 시작합니다. 한 아이는 담뱃대를 물고 있고, 막내 딸아이는 엄마의 진주 목걸이를 언제든 떨어뜨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때마침 장미를 탐하던 돼지가 방안으로 들어오려 합니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현실이 되게 생겼습니다. 큰아들은 가족들에게 벌어진 일들에 관심도 없는듯 바이올린으로 흥만 돋우고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한 향락을 상징합니다. 가장 높은 선반에는 장난꾸러기 원숭이가 시계 줄을 잡아당깁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청망청, 즉 시간의 낭비를 상징합니다. 창문 밖은 여전히 환한 대낮입니다. 도무지 언제 잔치가 끝날 줄 모릅니다. 이런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왼쪽 하단의 술통은 하염없이 바닥에 콸콸 술을 쏟아냅니다. 바닥에는 술병과 찻잔, 개밥그릇과 담뱃대, 프리츨 과자와 장미, 그리고 모자와 카드놀이가 정신없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엄마가 깨어 있었더라면 저 난리통이 벌어졌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바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작가는 실제 양조장과 술집이 딸린 여관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세인들의 풍속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네덜란드 속담 여러개를 버무려 사치 향락에 대한 마스터피스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오리를 어깨에 얹고 신앙 규칙을 설명해 대는 퀘이커 교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작가의 통찰입니다. 술취해 방종하는 이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고통과 문제에는 관심도 없이 자기 할 일만 심취하는 성도들에게 마태복음 24장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렇게 너희의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우리의 가정은 얼마나 깨어 있습니까? 우리의 영혼은 무엇에 취해 있습니까?
• 우리를 무질서와 방종으로 이끄는 악한 존재나 습관은 무엇입니까? 대림절에 벗어버려야 할 가치없는 루틴은 무엇입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저희들 깨어 기도하게 하소서. 주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의 시기, 깨어 있는 종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은총을 더하소서. 아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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