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새해를 여는 노래 by 이카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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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노래 by 이카라 시인
지붕 때리던
새해전야의 세찬 빗줄기
새벽이 오기까지
그 빗소리에 잠 들지 못한
종려나무가지 아래 다람쥐 조차
기다린 새해 아침
뭉게구름 비집고
중천에 얼굴 내민 태양 빛은
오늘 살아있어
이 눈부신 공의를 만진
모든 만물 노래하게 한다
담벼락 타고오른 나팔꽃이 먼저 웃고
꽃망울 터진 비파나무에 벌이 찾아들고
설익은 레몬이 노랗게 익어간다
내 안에 속사람도
새옷으로 갈아입고
때 묻은 옷 빨아 그 빛에 널어 말리고
터진 옷 솔기 꿔매어 긍휼로 다시 입히라고
새해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마음을 열고
더 많이 용기를 내라고
다독이면서
그렇게 긍정을 선택한다
[시선의 여백]
〈새해를 여는 노래〉는 새해를 단순한 시간의 출발이 아니라 기다림과 여정, 그리고 선택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세계다. 새해전야의 빗소리와 잠들지 못한 생명들의 기다림은 인간 중심의 시간 감각을 넘어, 모든 피조물이 함께 맞이하는 새해의 아침을 드러낸다. 마치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들이 한 목소리로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할, 찰나를 기다리는 장엄한 풍경이다.
이어 등장하는 태양빛은 추상적 개념인 ‘공의’를 감각적으로 체현하며,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영광의 노래가 되는 순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나팔꽃, 비파나무, 벌, 설익은 레몬 등 구체적 생명 이미지들은 새해를 ‘완성’이 아닌 익어가는 시간으로 제시하며, 자연의 변화가 곧 내면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속사람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은 버림이 아닌 세탁과 꿰맴의 과정으로 묘사되어, 하나님의 긍휼을 통해 자신을 다시 입는 성숙한 믿음의 태도를 드러낸다.
<새해를 여는 노래>는 낙관적 선언 대신 “긍정을 선택한다”는 의지로 마무리되며, 새해를 맞는 인간의 책임 있는 반응을 조용히 제안한다. 자연과 내면, 신앙과 삶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이 시는 새해의 의미를 사유하게 하는 절제된 성찰의 노래다.
[작가 Profile]
이카라 (Cara Young Lee) 시인은 미주기독문인협회 시 등단. 제11회 신앙도서독후감 수상. California Art University MA. Temple University 음대 BM. St. Leo School Music Teacher. (현) The Gate 대표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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