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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감사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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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하모니

    - 최명희 시인



    눈꺼풀이 내려앉아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

    지체들 기도소리에

    평안을 주신

    감사


    의사의 손끝 거쳐 환히 눈 밝히시고

    새 숨을 쉬게 하신

    감사


    퉁퉁 부은 할머니 눈과 눈 맞추는

    어린 손자의 눈동자에 그려진 음표

    감사


    남편을 암으로 먼저 보낸

    젊은 집사의 젖은 눈동자에서

    떨어지던 예쁜 고음의

    감사


    파리해진 모습으로 침대에 몸을 맡긴 채

    동생과의 마지막 이별이 아쉬워

    진한 눈맞춤으로 숨을 거둔

    낮은음자리표 오빠를 향한

    감사


    슬픈 자

    마음 가난한 자 낮아진 자의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새 노래들,

    그 감사의 하모니



    [시선노트]


    ‘감사’ 단어 하나로 가슴이 웅장해 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하며 울컥하기도 하다. 심장이 바다 고기떼 뛰 듯 소리가 빨라진다. 최명희 시인의 ‘감사’는 높은 곳을 향하는 지점에서 어울리는 감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잘되고 풍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곳에서 성취되는 감사도 아니다.


    낮고 낮아져 땅 밑까지 꺼지는 그곳에서 믿음의 시선으로 그리는 풍경이다. 일상적이지 않거나, 놓치거나, 무심하거나, 생각의 변두리에 있던 감사의 조건들이다.


    수술하기 위해 병상에 누워서 함께 신앙생활하는 지체들의 기도의 호흡을 생각하면서, 숨 쉬는 것, 어린 손자와 눈맞춤,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도 보낸 집사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예쁜 고음의 감사로 표현할 수 있는 여백의 감사, 먼저 숨을 거둔 오빠를 향한 속으로 열매 익는 감사, 감사는 부유하거나 높은 위치에 있거나, 풍성한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하고 낮아진 곳에서 흘러나오는 새 노래의 감사를 시인은 조립해서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감사를 생각하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히 생각했던 모든 것에 감사가 있다. 감사를 다시 회복하는 시절의 숲을 걷고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최명희 시인은 평남에서 출생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과를 졸업했다. 제24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작품으로 연합시집 <아가무> <하프타며 새 노래를>, 수상집 <우리가 잊고 지낸 다섯 번째 계절> <모서리에서 미끄러지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 보라> 외, 다수가 있으며 <시전> 동인. <에피포도예술과문학> 평생회원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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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 목사는 "사모하는교회"의 담임목회자이며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 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www.epipo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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