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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목사의 "내 영혼의 방들”] 7장 네 번째 방: 예수님과 사랑에 빠짐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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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방에서 나타난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사역에서의 열성적인 섬김이었다. 이제는 그 기반 위에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쌓아나갈 차례다. 세 번째 방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나님을 섬기는데 너무 바빠서 하나님과 마주앉아 있는 시간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활동적인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잠잠히 있는 것’은 고역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기도시간을 갖기를 소원하고 그냥 하나님 앞에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이 깊숙이 자리 잡는다. 


    애석하게도 하나님을 갈급해하는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묵상이나 거함 기도에 대해 배운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동방 종교나 뉴에이지 운동의 일환으로 치부해서 ‘거하는’ 형태의 기도를 금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천 묵상과 거함 기도는 주님과의 관계를 위해 주님께 집중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득도를 위해 마음을 비우는 동방 종교나 뉴에이지 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만일 거함 기도를 모른 채로 네 번째 방에 들어갔다고 하면  두 가지 중의 한 가지 일이 일어난다. 하나님 앞에 잠잠히 앉아 그분의 음성을 듣는 반응적 기도를 자연스럽게 시작하거나(거함 기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거나 그런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도 않은 채로), 아니면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답답한 상태로 지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를 더 깊이 인식하기 위해서는 주님 앞에서 조용히 침묵할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잠시 떠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 동역자는 그런 여행을 “사역현장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불렀다. 조용하고 평온한 장소에서 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시간들이 그분의 임재를 분간하는, 심지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분의 은밀한 임재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끔씩 일정표를 치워놓고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은데 이 과정에 이르기 위해선 보통 이틀이나 사흘쯤 걸린다. 그럴 때야 비로소 하나님 앞에 조용히 앉아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


    영적 일기쓰기도 매우 유용한 훈련 중의 하나다. 신앙생활의 기쁨과 어려움의 경험들을 낱낱이 기록하다 보면 자신의 기도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도 관찰할 수 있다. 영적 성장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일기장에 적은 내용들을 되돌아보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와 섭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멘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네 번째 방은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미 그런 과정을 겪었던 사람이 상황을 설명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거함 기도나 일반적인 기도 중에 일어나는 영적 전쟁에 관해 책을 읽거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설교와 책과 멘토들이 아무리 큰 도움을 준다고 해도 오직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교회가 알아서 우리를 예수님께 ‘인도’해 주려니 생각한다면 종국에는 실망하게 될 것이고 교회와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교회와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영적 갈급함을 완전히 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번째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분 자신의 생명력과 사랑을 우리에게 직접 ‘부어 주시려는’ 하나님의 섭리다. 하나님은 자신만이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그런 양식으로 우리를 직접 ‘먹이기’ 원하신다.


    지속적으로 성경을 묵상하며 공부하는 것은 정통 신앙의 토대를 쌓는 데 필수적인 일이다. 기도 중에 경험하게 되는 환상이나 신비한 체험으로 힘을 얻기도 하고 신이 날 때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언제나 성경에서 말씀하는 내용과 어긋나지 말아야 한다. 테레사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스페인에서 종교재판이 한창이었다. 그 때는 그리스도인의 영적 체험이 신학이나 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특히 경계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그 때만큼 강력하게 규제되지는 않지만 오늘날에도 자신의 주관적인 영적 체험이 성경의 명백한 가르침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위대한 인물들이 쓴 책들도 영감과 깨달음과 용기의 공급처가 될 수 있다. 그 한 예로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Bernard of Clairvaux)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온전히 거하는 삶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사람이다.(주 9) 테레사는 영적 체험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이 영적 성숙의 증거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완벽함과 그에 대한 보상은 영적 즐거움이 아니라 더 큰 사랑, 더 위대한 정의와 진실 가운데서 행하는 사랑의 행위로 나타납니다.”(주 10) 


    우리는 계속해서 그리스도의 몸된 성도들과 교제를 나누며 책임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기기만과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영성 지도와 멘토링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주님께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기도 중에 일어나는 변화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그 모든 일들을 의도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테레사가 네 번째 방의 상태를 두 번째 물에 비유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인간적인 노력과 하나님의 은혜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비록 물동이로 물을 퍼서 나르는 수고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은혜의 물레바퀴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그리고 제자도의 ‘행위’ 지향성을 넘어 ‘관계’와 ‘존재’에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집중하는 대상이 바뀌고 정체성의 변화가 일어나지만 여전히 우리 자신의 아낌없는 노력과 수고가 부어져야 한다. 기도와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를 따른다 해도 아직은 시작에 불과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제 네 번째 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으니 다시 상규와 아비가일과 마이클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이 이 단계에서 맛본 영적 체험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나님은 어떻게 그들을 더 깊은 사랑의 관계로 이끄셨을까? 이번에도 그들의 이야기에는 영성 코치가 등장한다. 영성 코치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회가 많지 않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 네 번째 방과 그 이후 단계에 갈수록 그런 도움이 더욱 절실해진다. <계속>


    주)

    (9) Bernard of Clairvaux, On the Song of Songs, Cistercian Fathers Series, ed. Kilian J. Walsh and Irene M. Edmonds, vol. 40 (Spencer, Mass.: Cistercian, 1971-1980); The Love of God (Portland, Ore.: Multnomah Press, 1983).

    (10) Kavanaugh and Rodriguez, St. Teresa, 2:313.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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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목사(사진)는 지도자계발 전문 선교단체인 CRM/NOVO(Church Resource Ministries, www.crmleaders.org)의 국제 파트너 그룹인 CoNext의 정식회원인 CRM/NOVO Korea (www.crmkorea.org, www.novokorea.org) 국제 대표로서 섬기고 있다. 서울 상대 경영학과(BA)를 졸업하고, UCLA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으며1993년에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후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M. Div.)를 취득한 후 북미주 개혁교단(CRC)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남가주에서 목회를 하다가 1998년에 동 교단의 한인사역 디렉터로 임명돼, 15년 간 교단에 속한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겼다. 


    R. 토마스 애쉬브룩(R. Thomas Ashbrook) 박사는 미국 루터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26년간 목회했으며, 현재는 CRM(Church Resource Ministries, 2019부터 NOVO로 이름이 바뀜)에서 영성개발 책임자로서, CRM/NOVO의 영성개발 사역인 이마고 크리스티(Imago Christi)를 창립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는 조지폭스 복음주의 신학대학원의 부교수이며 록키산 영성개발 파트너스(Rocky Mt. Spiritual Formation Partners)의 코디네이터이고 덴버 지역의 목회자 공동체 일원이며, 교육가, 영성 지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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