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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목사의 "내 영혼의 방들”] 8장 다섯 번째 방: 하나님과 하나됨을 갈망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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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에베소서 3:17-19). 


    우리는 영적 성숙의 과정들을 지나가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이상의 신비롭고 놀라운 사랑의 관계, 즉 생각하기에도 황송한 우주의 창조자와의 친밀한 관계 속으로 얼떨결에 빨려 들어갔다. 이 모든 변화의 과정들 속에서 하나님은 더 위대한 진리, 더 위대한 현실, 더 위대한 역사, 더 위대한 생명을 보여주셨다. 성령의 부드러운 ‘사랑의 손길‘을 통해 하나님은 그분 자신을 계시하셨다. 우리는 이제까지 사역과 일에만 몰두했던 눈길을 돌려 그분의 사랑과 위대함과 영광을 조금씩 엿보면서 우리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그분의 사랑에 압도당했고 그 사랑에 끌려갔다. 우리 능력대로 배우고, 이해하고, 섬기려고 애쓰는 대신에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약하고 사랑에 갈급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오로지 우리를 사로잡은 그 사랑에 응답하고자 한다. 이제부터는 ‘신부와 신랑’,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라는 성경적 비유를 사용해서 우리 안에 일어나는 저항할 수 없는 욕구, 즉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님이 하셨던 연합에 대한 기도가 우리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갈망을 살펴 볼 것이다.


    아비가일

    어느 날 아침, 아비가일은 거실에 앉아 창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맏아들 필립은 이제 스물두 살이 되었고 막내 제이슨은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들어갔다. 남편 빌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서 출장을 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아비가일은 지금껏 꾸준히 교회 봉사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교회 안에서의 틀에 박힌 사역은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일차적인 은사이며 사명이라고 확신했다.


    그녀의 영성 코치인 메리 목사와는 점점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메리 목사는 다른 여성들을 코치할 때 아비가일도 곁에서 동참하여 도와주기를 권유했다. 메리 목사는 그것을 언약그룹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날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고, 우리끼리 나눈 이야기는 우리만 알고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답니다.” 메리 목사는 대화 중에 정말 단 한마디도 흘려듣는 법이 없었다. 하루는 아비가일이 정색을 하며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메리 목사가 “무얼요?”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아비가일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물론이고 속마음까지 알아내면서 동시에 하나님이 그들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싶어하시는지도 듣고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저는 들을 때에 두 귀로 듣지요.  한 쪽 귀로는 말하는 사람을, 다른 쪽 귀로는 예수님께 귀를 기울인답니다. 그 사람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하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죠.”라고 메리 목사가 말하자 아비가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에서 그런 것을 배우셨어요?” 메리 목사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의 기도 골방에서요. 제가 먼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제 자신을 그 사랑에 완전히 내맡기고 나니까 하나님을 향한 다른 사람들의 갈급한 심정이 보이고 하나님이 그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도 알겠더라구요.”


    지난 몇 년간 아비가일도 기도의 골방에서 깊이 기도하는 법을 익혀가고 있었다. 아이들때문에 바쁘게 살아가면서 집안에 실제로 기도실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남편은 아비가일을 위해 다락방 한 구석에 벽을 세우고 문을 달아주며 “급한 볼일이 있을 때에만 노크하세요”라는 표지까지 붙여주었다. 그 안에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창문도 있었고 편안한 의자와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기도의자, 작은 탁자와 전등, 양초와 십자가가 놓인 낡은 책꽂이가 놓여 있었다. 그곳은 아비가일이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였다. 그러나 가끔 그곳에 올라가 보면 빌이 먼저 그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메리 목사가 처음에 했던 말이 어떤 면에서 아비가일에게는 이정표가 되었다. “제가 먼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제 자신을 그 사랑에 완전히 내맡기고 나니까...”라는 말이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나도 하나님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솟구쳤다. 마치 그녀의 마음이 이렇게 간구하는 듯했다. “거룩하신 성부와 은혜로운 성자와 사랑의 성령님, 저를 향한 세 분의 사랑을 알고 그 안에 온전히 거하면서 저 역시 온 존재를 다해 세 분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모쪼록 저의 모든 것이 되어주십시오.”


    이듬 해부터 아비가일의 기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분명한 기도제목을 갖고 하나님께 간구하며 그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듣고자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다락방이든, 기도골방이든, 활동하면서 마음속에서 드리는 기도이든 그녀는 언제나 즐거운 기대감을 안고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이 나와 무슨 말씀을 하고 싶어 하실까?” 어떤 때에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비가일이 생각하던 것과 동일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떠오르게 하실 때도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한 침묵이 친교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오히려 말을 하는 것이 거북했다. 전에는 침묵의 시간이 곤혹스러웠지만 이제는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 좋았다. 거기에는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 이상의 깊은 무엇이 있었다. 조용히 침묵하는 시간은 오로지 주님으로 채워졌다. 그분의 영광, 위엄, 신비, 능력, 사랑이 그녀가 숨 쉬는 공기에서, 그녀가 앉은 의자에서, 창문에서 내리쬐는 빛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냥 그곳에....그분과 함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애틋한 사모의 감정으로 발전해갔다. 심지어 하나님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아비가일은 기다리는 것 자체로 만족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기도의 변화가 일상생활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집안을 청소할 때나 남편이나 아이들과 대화할 때,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시내의 봉사단체에서 식당봉사를 할 때에도 아비가일은 골방에서 기도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마치 사람들을 그 거룩한 장소로 초대해서 그곳에서 예수님, 그들, 자신이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언제나 아비가일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를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신앙생활이 언제나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의 거룩함을 체험하면 할수록 그녀 자신의 죄가 더 깊이 인식되었다. 언젠가는 마치 하나님이 그녀 앞에 거울을 들고서 그녀의 결점, 흠집, 주님을 배반할 가능성 등을 낱낱이 보여 주시는 것만 같은 순간이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남을 위해서 하는 좋은 일에도 이기적인 동기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예수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얼마나 도와주었는지 남들에게 얘기하겠지?” 그런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깨닫고 나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렇게 노상 죄를 인식하며 산다는 것은 보통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예수님의 큰 사랑에 비추어 보면 자신이 하는 사역과 봉사가 너무 하찮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주님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주셨고 영원히 사랑해 주시는데 자신은 주님을 섬긴다며 그저 수선이나 떨고 있지 않은가! 어떤 때에는 수녀가 되어 하루 종일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공상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이 있었고 해야 할 집안 일이 있었다. 설령 그런 식으로 주님을 섬긴다고 해도 역시 ‘하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비가일을 가장 심난하게 만드는 것은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그것을 은근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도 골방에서 하나님의 임재나 그분의 사랑을 느낄 때 두려움 비슷한 감정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때에는 일부러 바쁜 일을 만들어 기도 골방에 들어가는 것을 회피했다. 그녀는 주님께 온전히 헌신하고 싶었지만 자신과 주님사이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것은 절망감을 넘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로 인해 주님의 마음도 아파하실 것임을 아비가일은 잘 알고 있었다.  


    행위(doing)를 넘어 존재(being)로 


    영적 지도자로서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행위에서 존재로 넘어가는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풀러 신학교에서 리더십 교수를 역임하던 로버트 클린턴 교수도 ‘진정한 사역은 존재로부터 흘러 나온다’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진정한 사역이란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를 맺는 사역, 즉 생명의 역사가 나타나는 사역을 말한다.  하나님이 일생동안 우리를 빚어 가시는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는 원하시는 일을 이루시기 위해 먼저 그릇을 만드시는데 이 그릇은 우리가 말하는 인격이며, 됨됨이며, 하나님이 만들어 가시는 우리의 존재 (being)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의 인격적인 관계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다듬어 가시며, 자신이 원하시는 존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사역(doing)들을 통해 우리들을 준비시키신다.  


    내가 알게 된 목회자들 중에서 온 힘을 다해 교회를 섬기다가 탈진하여 벽에 부딪치게 되었을 때 being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돌파구를 찾은 분들이 있다. 이민교회의 막중한 압력과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이 의도적으로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되찾고 회복하였을 때 이것이 소명과 열정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가족과 교회 구성원들과의 관계 회복으로, 그리고 삶의 변화와  교회의 변화로 이어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이 하루 아침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확실하게 교회의 변화와 성장이 일어난 경우들이다. 일반 개인의 삶에서도 자신의 존재와 관계의 변화를 통해서 삶의 전반에서 깊은 변화와 그 열매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영적 성장 과정의 4-5 단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박동건)  <계속>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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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목사(사진)는 지도자계발 전문 선교단체인 CRM/NOVO(Church Resource Ministries, www.crmleaders.org)의 국제 파트너 그룹인 CoNext의 정식회원인 CRM/NOVO Korea (www.crmkorea.org, www.novokorea.org) 국제 대표로서 섬기고 있다. 서울 상대 경영학과(BA)를 졸업하고, UCLA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으며1993년에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후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M. Div.)를 취득한 후 북미주 개혁교단(CRC)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남가주에서 목회를 하다가 1998년에 동 교단의 한인사역 디렉터로 임명돼, 15년 간 교단에 속한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겼다. 


    R. 토마스 애쉬브룩(R. Thomas Ashbrook) 박사는 미국 루터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26년간 목회했으며, 현재는 CRM(Church Resource Ministries, 2019부터 NOVO로 이름이 바뀜)에서 영성개발 책임자로서, CRM/NOVO의 영성개발 사역인 이마고 크리스티(Imago Christi)를 창립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는 조지폭스 복음주의 신학대학원의 부교수이며 록키산 영성개발 파트너스(Rocky Mt. Spiritual Formation Partners)의 코디네이터이고 덴버 지역의 목회자 공동체 일원이며, 교육가, 영성 지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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