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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목사의 "내 영혼의 방들”] 8장 다섯 번째 방: 하나님과 하나됨을 갈망함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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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여전히 마이클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경험하는 주된 수단이었다. 비록 그의 나이가 어느덧 50을 바라보고 친구들은 그가 늙어서는 무릎의 관절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지만 아침마다 하는 조깅은 그가 가장 기대하는 주님과의 만남의 시간이었다. 달리는 동안에는 가끔 예수님이 정말로 곁에 ‘가까이’ 계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전혀 아무런 느낌 없이 그냥 곁에 계신 것을 믿고 뛰는 날들이 많았다. 아비가일처럼 마이클도 기도제목을 놓고 하나씩 기도를 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기도할 내용이 떨어져 할 말이 없을 때가 오히려 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달리는 동안 뭔가 불현듯 머리에 떠오를 때가 있었다. 주로 어떤 생각이나 깨달음이나 지혜였는데 마이클은 이후에 그런 것들을 가리켜 “땀내 나는 계시”라고 부르곤 했다. 


    교회 목회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목사의 역할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교인들마다 교회 일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자기 철학들이 뚜렷해서 개중에는 자기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분쟁도 불사하는 이들이 있었다. 희한하게도 그런 분쟁들을 통하여 하나님은 마이클을 더 자신 곁으로 가까히 인도하셨다. 어떤 경우에는 주님과 빨리 만나고 싶어 다음날 아침 조깅시간까지 기다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전화로 교인들과 날카로운 언쟁이 오고갈 때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기도 했다. “하나님, 대체 그들은 나를 뭐로 보고 그러는 건가요?” 그는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저는 도무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신경이 예민해진 날에는 행여 교역자들에게 분풀이를 할까봐 자신의 사무실에 가만히 박혀 있거나 아예 근처 커피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한 신경전이 오고간 어느 날, 마이클은 교회건물 끝에 위치한 작은 소 예배당 안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이내 쌓였던 감정이 터져 나오며 하나님께 부르짖다가, 절망 가운데 한숨을 내쉬다가, 나중에는 입을 다문 채로 강대상 위에 걸린 십자가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옆에 있는 한 건물에서 수리공이 무언가를 고치고 있었다. 천천히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그가 앉아있는 예배당까지 울려 퍼졌다. 마이클이 십자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모습이 환상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아니 거의 선명하게 눈 안에 들어왔다. 커다란 못들이 예수님의 살을 깊숙이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너를 위해, 이 것을 위해, 사랑 때문에…....”  


    귀에 들려오는 음성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가슴을 파고드는 분명한 음성이었고 마이클을 향해 하시는 말씀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이클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분노는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마치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눈길이 마이클에게 이렇게 호소하시는 것만 같았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 이 십자가를 나와 함께 질 수 없겠느냐?” 마이클은 즉시 소리를 높여 응답했다. “저는 주님을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날 예배당에서의 경험을 통해 마이클은 주님 앞에 가만히 기다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아침에 조깅을 하며 경건의 시간을 갖고 늦은 오후에는 소 예배당에 앉아서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이 두 가지 습관을 통해 그의 삶에서 주님에 대한 흠모와 경배와 사랑의 향기가 우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몇 달이 지나 마이클은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이 교회도, 목회도, 그 어느 것도 기꺼이 포기하겠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두렵기는 하지만 솔직히 당신을 사랑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들은 그 무엇도 저를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다만 무엇을 어찌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님, 제발 저의 마음을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마이클은 지속적으로 예수님께 나아가 간구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의 목회의 초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설교를 준비하든 “예수님은요?”라는 질문이 그의 마음과 생각에 첫 번째 떠오르는 것이었다. 


    어느 날 장로 한 명이 그를 찾아와 최근 예배시간에 드리는 ‘현대적’ 찬양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이클은 그가 하는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프레드 장로님, 저에게 특별한 장소가 있는데 저와 함께 가보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프레드 장로는 그를 따라 교회 건물 끝 쪽에 있는 소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무얼 하자는 말씀인가요?” 프레드 장로가 난감한 표정으로 묻자 마이클은 “그냥 여기 몇 분간만 예수님과 함께 앉아계세요. 그러고 나서 며칠 있다가 다시 한 번 그 얘기를 나눕시다. 그 동안 말씀하신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가 생기니까요”라고 대꾸했다. 그 뒤부터 마이클은 장로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과 함께 소 예배당에 가서 침묵과 기도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러나 영적 성숙의 이 단계에 있어서도 고민거리는 있었다. 가장 큰 고민은 가족 관계였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가끔씩 아내와 딸을 향해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와 흠칫 놀랄 때가 있었다. 물론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했지만 대체 그런 분노가 어디서 나오는지 스스로 생각해봐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화가 자주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날카롭고 거친 말을 내뱉은 후에는 회개와 사과를 하느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부관계에 금이 가는 것을 보면서 상담과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주일마다 설교를 하는 자신이 위선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전과 오후에 드리는 침묵기도는 이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간구의 부르짖음으로 바뀌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어찌 그토록 몹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계속>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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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목사(사진)는 지도자계발 전문 선교단체인 CRM/NOVO(Church Resource Ministries, www.crmleaders.org)의 국제 파트너 그룹인 CoNext의 정식회원인 CRM/NOVO Korea (www.crmkorea.org, www.novokorea.org) 국제 대표로서 섬기고 있다. 서울 상대 경영학과(BA)를 졸업하고, UCLA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으며1993년에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후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M. Div.)를 취득한 후 북미주 개혁교단(CRC)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남가주에서 목회를 하다가 1998년에 동 교단의 한인사역 디렉터로 임명돼, 15년 간 교단에 속한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겼다. 


    R. 토마스 애쉬브룩(R. Thomas Ashbrook) 박사는 미국 루터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26년간 목회했으며, 현재는 CRM(Church Resource Ministries, 2019부터 NOVO로 이름이 바뀜)에서 영성개발 책임자로서, CRM/NOVO의 영성개발 사역인 이마고 크리스티(Imago Christi)를 창립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는 조지폭스 복음주의 신학대학원의 부교수이며 록키산 영성개발 파트너스(Rocky Mt. Spiritual Formation Partners)의 코디네이터이고 덴버 지역의 목회자 공동체 일원이며, 교육가, 영성 지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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