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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귀의(歸意) by 안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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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용선 사진작가


     

    시詩Poem 귀의(歸意) by 안호원



    이제 떠나온 곳으로 가야 한다

    이제껏 머물렀던 모든 것에서부터

    훌훌 털고 떠나가야 한다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았던 거친 옷가지도

    가슴 속 아릿한 추억까지도 남김없이

    내려놓고 가야 한다

    그리운 이름들을 버리고,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혼자 가야 한다

    풀벌레 소리 없이 외로운

    그 길을,

    가다가 문득 슬퍼지면

    난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어느 별에서 목 놓아 울어볼까

    불러도 대답할 수 없는 길목에서

    어둠을 가르며 네게로 다가가는

    한줄기 빛이 되리라

    그리고 떨리는 속삭임으로

    “사랑했노라”며 가리라

    예행연습도 없고, 딱 한 번뿐인

    먼 그 길을

    이제는 떠나온 곳으로 가야 한다



    [시선노트]


    귀의(歸意)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을 안호원 시인은 인간의 실존을 삶으로 투영해서 본질로 돌아가야 할 세계를 담백한 시어로 보편적 정서에 담아 연결하고 있다. 결국 <귀의>는 개인 종말론적인 시각이다. 그 관점은 지극히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다.


    “훌훌 털고 떠나가야 한다” 인간은 한 번 죽는다.

    “내려놓고 가야한다” 소유한 모든 것이 내 소유가 될 수 없는 순간이다.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한번 떠나면 다시는 되짚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이다.

    “혼자 가야 한다” 그 누구와 함께 동행할 수도 없는 길이다.

    “그리운 이름, 풀벌레 소리, 사랑했노라” 모든 정서적 감흥도 사라진다.

    “예행연습도 없고, 딱 한 번뿐인” 반복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이제는 떠나온 곳으로 가야 한다” 실재가 존재하는 영역으로의 귀향이다.


    시인은 돌아갈 곳이 확연하다. 그 돌아갈 곳은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이미 존재했었던 시간과 공간으로의 <귀의>이다. 시작의 시초이다. 한편의 서사적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귀의>를 기다리는 이곳에서의 삶의 형태가 만만치 않다. 그 삶을 사물과 환경에 투영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안호원의 다른 작품에서 시각이 번뜩인다.


    구멍 난 하늘 아래 빠져나온

    시린 달하나

    차가운 가로등이 하나 둘 눈을 뜬다


    - <압구정에서> 따옴



    풍경 자체에 서정적인 정서가 녹아있다. 그러나 시인의 삶은 투박하다. 시어 하나, 하나를 주목해 보라. “구멍, 시린, 차가운” 아예 장단 맞추듯 앞머리에 등장한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단상이다. 그래서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적어 놓은 문장을 놓칠 수 없다.


    “나는 매일 밤마다 죽는다. 그리고 아침이면 부활한다. 창밖의 소음을 들으며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눈을 뜨면서 드리는 기도는 늘 똑같다.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어제만큼만 살게 해 달라’고. 어제처럼 오늘만 그렇게 살자.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해만 뜨면 오늘이다. 그래서 하루살이처럼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같은 오늘만 열심히 살고 싶다.”


    결국 시인에게 있어서 하루, 하루 삶은 기적과 신비이다. 그래도 안호원 시인은 <귀의>에서 이왕 희어져 가는 삶이라면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시심을 삶의 작품에 씨를 뿌리고 있다. 언어가 살아 움직여 생존의 틀을 깨고 일어선 생명력이 안호원 작품에 풍성하다.


    그 생명력은 하나님의 숨소리다. 시인은 50년 사회봉사의 삶으로 대한민국 최고 기록 인증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돌아갈 본래의 고향 갈 준비를 늘 하루에 심고 있다. 적어도 시인의 삶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사역이 되는 것을 <귀의>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중심이다. 삶이 시가 되고 시가 삶이 되는 시인이다.


    안호원(HoWeon Ahn) 시인은 <시와 시인> <시와 시론>으로 시, <한맥문학> 수필부문 등단, 제27회 에피포도문학상 대상 수상자이다.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화연구원회 연구위원, 국제펜클럽 한국지부 이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교육위원, YTN 저널 편집위원, 의학전문대기자 역임. 한국의 인물 21세기 인명사전 등재(후즈 & 후즈), 대한민국 최고 기록 인증 기네스북 등재(50년 사회봉사). 고양필하모니오케스트라, 오페라 춘희합창단출연(6회), 서울대학교기독동문회 베리타스 합창단, 영등포문화원아버지합창단 공연 40회. 수상으로 일본국 문화예술공로훈장, 한중문화교류 공헌대상 (외), 저서로 수필, 시집 등 1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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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www.epipo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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