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의 길과 학문의 길 > 민목서신 | KCMUSA

목회의 길과 학문의 길 > 민목서신

본문 바로가기

  • 민목서신

    홈 > 목회 > 민목서신

    목회의 길과 학문의 길

    페이지 정보

    본문


       2001년말 충현선교교회로 목회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인사를 드려야 할 몇 분의 멘토를 찾았습니다. 모두 기뻐하시고 장도를 축복하여 주셨습니다. 유학 기간 박사과정 중에 두레선교회의 장학금으로 지원하여주신 김진홍 목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주일 구리두레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에게 인사를 드리며, 목회를 향하여 도미하여야 할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달가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저와 아내가 머쓱해질 정도로 실망하시는 모습이셨습니다.

       두레장학금을 지원하면서 학위를 받는데 크게 힘써주신 김진홍 목사님과 기부자들에게는 저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김진홍 목사님께서는 종종 정치신학자를 기르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가지셨습니다. 정치신학에 대한 학문적 업적을 내지 못하고, 이민의 길에 오르는 것에 대한 목사님의 실망이 적지 않으시리라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몰려왔습니다. 약 일 년이 아니 되어 오렌지카운티의 한 교회에서 집회하실 때에 찾아 인사를 드렸더니, “목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셨습니다. 저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2002년에 충현선교교회로 와서 목회 사역을 시작한 후로, 10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지 않고 목회에 전념하겠다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저와 성도 앞에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풀러신학교에서 지도교수였던 리차드 마우(Richard Mouw) 총장은 2002년 저를 다시 만나자마자 “너의 학문의 재능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오셨습니다. 목회하면서도 전공을 아예 포기하지 말라는 권면이었습니다. 후원자를 상기하면서, 목회에 누가 되지 않을 선에서 틈틈이 새로운 정보를 대하고 출판할 정도의 논문을 1년에 한 편씩 발표하곤 하였습니다.

       우리가 한, 두 해는 나의 계획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10, 20년 그리고 일생을 돌이켜보면 나의 의도가 아닌 운전자 되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우리의 삶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인도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위하여 기도하신 분의 기도가 성취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정치학과 신학을 공부한 이후로, 저는 목회의 길보다 학문의 길로 즐거이 나아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1997년 이후, 한국에서 교편을 잡아 신학을 강의하며 수년을 지냈습니다. 그동안 조직신학 7과목, 서론,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교회론, 구원론과 종말론을 강의하면서 강의 노트가 마련이 되었습니다. 정치윤리나 기독교 윤리학을 가르치면서, 이제는 그 길이 제법 생활에 점차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안에 생긴 교회, 혹 인근 교회에서 목회의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학문의 길이 제가 걸어야 할 길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저의 삶을 되돌아보면, 거대한 함선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학문의 길이 아니라 목회의 길로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invisible hand)이 저의 인생에 작용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가는 길이 주님 손안에 있습니다. 오직 주의 뜻만이 제 삶 속에 이루어지게 하소서. 남은 사역이 저게 있다면 그 뜻을 이루시고 제 삶의 운전대를 계속 잡아 사용하소서.”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