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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금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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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04/2/20(금)


      세간에서 한동안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가 있다. 어쩌다 월, 화요일 늦은 저녁시간이 되면 가족에게 내용을 물으면서 가끔 드라마를 보았다. 궁궐 주방이라는 기묘한 현장에서 일어난 치열한 갈등과 음식대결이 점차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가 끝이 나는 장면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고, 그때마다 비디오를 빌려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먼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월요일 점심, 교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내와 함께 월남국수를 먹고 있었다. 식사 중에 그 옆집이 비디오대여점인 것을 알고, 그 드라마를 빌려보자고 아내에게 제안하였다. 성도들이 시험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하는 아내를 설득하였다. 성도들이 재미있게 보는 것을 우리가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분이 내가 최근에 심방하였던 우리교회의 여집사님이 아닌가?  몹시 반갑고 놀라워하면서 처음 고객카드도 만들었다. 조금 있더니 교회에 새벽기도를 나오시던 다른 교회 권사님이 들어오시며 또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잠시 들리려던 비디오가게는 갑자기 교제의 장소로 변하였고, 아내를 설득하던 순간의 당당함이 점점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집사님이 내 설교 듣다가 은혜가 안 되면 어떻게 하나?  비디오만 보는 목사로 낙인찍혀서 양을 실족하게 하고, 예수님 말씀대로 연자 맷돌을 메고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성도를 위해 차라리 고기를 아니 먹겠다는 바울처럼, 성도를 실족하게 하느니 차라리 비디오테이프를 안보겠다고 결심을 하여야 하는가?  집사님은 아무 눈치도 주지 않으셨으나, 그 때 후로 내게는 별의별 생각이 다 머리를 스쳐갔다.    

      목회자가 성도의 기대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은 행복이다. 성도들의 기대 앞에서, 위선에 빠지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나의 영적 성장에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종종 그 기대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 이유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성도들에게 나의 연약함이 상처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어린 기대이든 아니면 대리만족을 위한 기대이든 간에 부족한 목사에게는 성도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종종 역부족일 때가 있다.  

      목회자의 처신을 생각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생각났다. 선생은 지방의 지도자로 파송된 사람이 마음에 새겨야 할 일로 “봉공”(奉公)에 앞서 “율기”(律己)를 논하였다. 즉 공적인 일을 감당하는 것에 앞서, 먼저 자기를 다스리는 일을 강조한 것이다. 몸가짐을 가다듬고, 맑은 마음을 유지하며, 가정을 바로 인도하고, 씀씀이를 절약하며, 덕을 베풀기를 기꺼이 하라고 님은 가르치셨다.  

      목민관만 아니라 목양자에게도 자기를 다스리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그 이유는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만큼 양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요, 남을 구원하고 내가 망하는 모순에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장금” 해프닝은 색다른 방법으로 내 마음에 도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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