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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우리가 잃어버린 "보이지 않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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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11-21 | 조회조회수 : 1,3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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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고대인은 현대인보다 열등해야 합니다. 과학 기술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놀라운 기술적 성취를 보며, 현대인의 탁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보의 관점을 모든 영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고대의 유산 중 고도의 기술적 성취가 적지 않으며, 현대인이 상실한 영역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중의 대표적인 부분이 영적 세계에 대한 직관입니다. 관찰과 검증이 중심이 된 과학적 세계관 속에서, “영적 세계”는 무시되거나 잃어버렸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된 ‘다이모니온’이라는 영적 존재를 더 이상 탐구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종종 등장하는 하나님의 현현, 곧 신현(神顯, theophany)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20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가 관찰, 실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지식의 다원성이라는 차원에서 인정하는 포스트모던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영적 세계는 다시금 관심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서구 신학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으로 대두된 것은 2차대전 이후입니다. 두 대전의 가공할 비인간화가 문명의 첨단에 섰던 유럽에서 일어난 것을 반성하며, 이를 인간학적인 차원에서만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대륙과 영미 신학계에서, 성경의 “정사, 권세, 보좌, 능력, 통치자, 세상 주관자” 등의 용어가 사도 바울이 만든 용어가 아니라,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영적 존재에 대한 언급이라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영적 존재가 사회ㆍ정치에도 관여됨 또한 포착했습니다. 

   

이 시대에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는 천사 혹은 악령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을 형성한 학자는 월터 윙크(Walter Wink, 1935-2012)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ser, 1963-2023)입니다. 이들은 기념비적 연구를 통해 현대인이 상실한 세계관을 복원시켰습니다. 윙크의 공헌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대적하여 일어난 악령의 일들이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느냐를 연구한 것입니다. 윙크의 영적 전쟁 삼부작(trilogy)은 『영적 권세의 이름 짓기』(Naming the Powers, 1984), 『영적 권세의 가면 벗기기』(Unmasking the Powers, 1984), 그리고 『영적 권세와의 교전』(Engaging the Powers, 1992)입니다. 윙크는 타락한 영적 존재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하여 이데올로기와 제도적 차원에 이르는 다양한 영적 사로잡음(possessions)을 제시합니다. 

   

신약학자인 윙크와 달리 구약학자이며 중근동의 고대언어 전문가인 마이클 하이저는 현대신학계가 잃어버린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영역, 하나님의 ‘천상회의’(Heavenly Council)로부터 천군 천사의 활동을 그려냅니다. 그 묘사의 압권은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보이지 않는 세계』(The Unseen Realm, 2015)입니다. 장대한 우주의 지정학 속에서, 하나님은 천상회의의 지상적 확장을 위해, 인류를 창조하고 이에 저항하는 타락한 천군의 반역에 대한 처벌을 흥미진진하게 그립니다. 하이저는 에덴동산의 반역, 시내산과 예루살렘 성전과 새 예루살렘의 신현에 이르는 신적 통치의 우주적 파노라마를 제공합니다.

   

이 시대는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의 다채로운 영역이 풍성히 드러나는 때입니다. 우리 신앙의 싸움이 실존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것, 국가와 국제관계의 모든 분야에서 드러나는 비상한 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폴 리쾨르(Paul Ricoeur)가 말한바, 역사의 과학적 합리적인 차원, 윤리적 비합리적 차원과 신비적 초합리적 차원의 총체를 체험하는 때가 왔습니다.

   

21세기를 지내며 우리는 영적 전쟁의 총체를 발견합니다. 악의 복잡성에 대응하는 우리의 참여는 기도로부터 시작하여, 대조적 공동체로서의 교회 세우기,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공적 현장에 참여하는 실천적 삶의 다양성을 붙들어야 합니다. 포괄적 전선의 구성을 위하여 성도들의 연대가 요구되는 비상한 시대가 왔습니다. 평화가 끝나고 묵시적 종말의 파국이 가까이 온 때문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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