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마음이 부자이면 인생도 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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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발을 한다. 특히 교회 대예배에서 대표기도를 드리는 주일이 가까워지면 주말에 이발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처럼 되었다. 예배의 자리에서는 가능한 단정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서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평소에 잘 입지 않던 단정한 바지와 구두를 신고 예배당으로 향하는 일은, 나에게 예배가 어떤 자리인지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하는 작은 행위이기도 하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늦은 오후, 미장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이발을 하게 되었다.
이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이지만, 원장님과 나누는 대화는 늘 짧게 느껴진다. 그분의 지나온 삶과 현재의 이야기, 앞으로의 소망을 간증처럼 들을 수 있는 그 시간은 나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최근 원장님이 다니는 이웃 교회에서 부흥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부흥 강사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큰 은혜를 받으셨고, 그 은혜 가운데 “가난함이 축복이다”라는 말씀을 깨닫고 요즘 더 기쁘고 감사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고백을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얼마 전 그 부흥회에 참석해 은혜를 받았음을 떠올렸다. 그날의 말씀이 원장님과 나에게 동일하게 은혜가 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마음에 깊은 공감이 일었다. 부흥회에서 주셨던 말씀의 핵심은 야곱의 이야기였다. “야곱은 얍복강을 건너기 전까지도 가족과 재산이 크게 늘어난 부요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들면서 하나님 앞에서 그는 결국 지팡이 하나만 의지한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의 입술에서 나온 고백은 “지팡이 짚을 힘만 있어도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축복”이라는 고백이었다. 원장님은 그 말씀을 통해 자신도 오늘 이 자리에서 같은 고백을 하게 되었다는 은혜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원장님은 미국에 건너올 때 가진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하셨다. 자녀 넷만 데리고 시작한 이민 생활이었지만 마음속에 분명한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어떤 일을 하든지 주일에는 반드시 일을 쉬고 예배드리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네 자녀만큼은 반드시 대학 졸업까지 시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두 가지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고, 그래서 마음이 그 누구보다 부자라고 고백하셨다.
특히 요즘은 새벽마다 어둠을 헤치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하셨다.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새벽에 드리는 그 새벽 시간이 자신에게 새로운 힘이 되고 하루의 은혜가 된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노후를 위해 물질적으로 풍성하게 준비하지 못해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부흥회 이후로는 “가난함도 축복이다”라는 마음이 생겼고, 예배할 힘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고백을 하셨다. 요즘은 새벽에 기도하고, 오전에는 두 시간씩 운동을 하며, 오후에는 일을 하니 잠도 잘 오고 건강 지수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감사의 간증을 들려주셨다. 그 고백을 듣는 나의 마음 또한 덩달아 행복해졌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이발은 단정하게 마쳐졌다. 그때 다음 손님이 들어오셨는데, 92세의 백발의 할머니였다. 천천히, 그러나 힘 있는 걸음으로 미용실 문으로 들어오는 그 모습에 자연스레 마음이 숙연해졌다. 원장님은 “이분은 양로원 시설에 가셔서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봉사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고 소개해 주셨다. 연세로 보면 이미 양로원에 계셔야 할 나이임에도 오히려 양로원을 찾아가 봉사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나는 깊은 존경심이 일었다. 그래서 나는 그분께 “정말 존경스럽고 귀하신 분입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렸다.
미장원을 나서는 늦은 오후, 햇빛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 주변에는 형편이나 나이를 넘어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많이 가지지 못해도 하나님 안에서 마음이 부자로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나 나에게 깊은 도전이 된다. 오늘의 짧은 만남과 나눔 속에서 다시 깨닫는다. 가난함 또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이며, 예배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인생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라는 분명한 진리임을.
그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하신 이 늦은 오후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
이훈구 장로(G2G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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