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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세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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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2-23 | 조회조회수 : 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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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거센 비가 몰아치던 2월의 첫 주일 오후였습니다. 주일 예배와 점심 친교, 새 직분자 교육까지 분주한 주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월요일부터 열리는 ‘Growing Church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서 오클랜드로 향했습니다. 폭우로 도로 곳곳에 사고 난 차량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차 꽁무니를 쫓아 빗길을 두 시간쯤 천천히 달리니 비가 겨우 잦아들었습니다. 비와 어둠을 뚫고 오클랜드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Growing Church Conference’는 20년 전에 개척교회와 작은 교회를 맡아 고군분투하던 목회자들이 마음을 모아 시작한 모임입니다. 그때도 수많은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훌륭한 강사를 통해 큰 부흥을 일군 목회 이야기를 들었지만, 현실에 맞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세미나에 다녀오면 목회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눌 모임이 필요했습니다. 쉽지 않은 이민 목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교회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참석자 모두가 강사가 되어 자신의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사례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그 정신을 이어받아 치열한 목회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를 굳세게 하여라(Strengthening the Church)’라는 주제로 성서 속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는 시대를 살았던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성도들과 수많은 이단의 도전을 이기고 믿음을 지켜낸 초대교회 성도들의 이야기를 이사야서와 요한계시록을 통해 면밀히 살피면서 이 시대에도 여러 이유로 흔들리는 교회를 굳세게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컨퍼런스는 목요일까지 열리지만, 저는 하루 일찍 LA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다음 날 뉴욕을 다녀와야 하는 일정이 급히 잡혔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의 총회장으로 선출되고 난 후에 연합감리교회의 리더인 감독들로 구성된 ‘총감독회(Council of Bishops)’의 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총감독회 회장에게 한인 교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한인 교회의 전통적 신앙을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총감독회 회장이자 뉴욕 연회의 감독으로 섬기는 토마스 비커튼 감독님에게서 2월 9일(금) 오전에 만날 수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수요일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저녁 늦게 LA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튿날인 목요일에 뉴욕행 밤 비행기로 떠나 금요일 새벽에 뉴욕 공항에 내려 감독 회장님과의 만남을 잘 마쳤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금요일 오후에 LA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댈러스에서 목회하시는 동료 목사님이 갑자기 소천하셔서 장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금요일 저녁에 댈러스로 갔습니다. 장례 예배가 열리는 토요일 오전 댈러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 비는 64세라는 이른 나이에 하나님을 부름을 받은 목사님과 아쉬운 작별을 슬퍼하는 이들이 흘리는 눈물처럼 여겨졌습니다.  


    장례 예배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하관 예배 일정 때문에 7분 안에 끝내야 하는 짧은 설교였지만, 멀리서 달려와서 그 자리에 제가 서있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장지에서 하관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 나니 LA로 돌아갈 시간이었습니다. 댈러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토요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분주한 한 주간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LA에서 오클랜드를 다녀와서 뉴욕으로, 댈러스를 거쳐 다시 LA로 오면서 한 주간 운전도 많이 하고 비행기도 여러 번 탔습니다. 가는 곳마다 여러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모두가 흔들리는 세상에서 불안해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민 교회를 섬기면서, 사랑하는 목사님을 떠나보내면서, 연합감리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Growing Church Conference’의 주제였던 ‘굳세게 하여라’라는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흔들리는 세상을 살았지만, ‘굳세게 하라’는 주님의 사명을 붙잡았던 믿음의 선배들처럼, 우리도 다른 이들의 믿음을 굳세게 하는 데 쓰임 받는 인생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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