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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홈리스의 대모 나주옥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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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3-08 | 조회조회수 : 3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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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에 한참 열중하던 2018년 봄, 어머니의 온화한 모습을 가진 나주옥 목사님께서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목사님의 긍휼 사역을 아는 저로서는 그저 목사님을 보는 것만으로 방어선은 반쯤 무너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누가 ‘사회적 약자’의 대모(代母)를 거부할 용기가 있겠습니까?

       

    2018년 8월 6일 저녁, 디즈니 홀에서 홈리스 학생 기숙사 마련을 위한 음악제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디즈니 홀의 관객 앞에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충현선교교회의 이사무엘 장로님이 “퍼시픽 아시안 매스터 코랄”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시고, 교회의 여러 성도가 합창에 참여했습니다. 

       

    작은 키의 나주옥 목사님은 거인이셨습니다. 마음은 크고 넓었고, 불가능은 없었습니다. 1999년 가든스위트호텔에서 시작한 자선 행사가 수십 번 열리던 중에, 디즈니 홀 자선 음악회를 6번이 되도록 가졌습니다. 목사님은 홈리스 지원을 조용히 챙기시는 중에, 음악회를 통해 긍휼 사역을 타운의 대표적 공간에서 알리고, 이를 격조 있는 활동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가난한 형제, 자매를 돕은 일은 은밀히 하시지만, 이를 돕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축제로 누리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25년에 걸쳐서 선한 사업을 경영하신 목사님은 험한 세월을 믿음으로 살아오셨습니다. 6.25 전쟁의 어려움에도 학업을 놓지 않았고, 가난과 싸우며 일하던 불요불굴의 여장부는 직업의 현장에서 교육의 현장과 목회의 현장, 그리고 홈리스 사역의 현장에서 사랑의 전차가 되어 거친 환경을 개척했습니다. 학문에서는 홈리스를 연구한 박사로, 목회의 현장에서는 이민 목회의 대모로 일했습니다. 1999년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시작한 울타리선교회(The Well Mission)와 2007년의 울타리선교교회(The Well Mission Church)의 사역으로 변함없이 사람을 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실상 마음으로 낳은 많은 자녀를 거느린 어머니셨습니다. 그녀는 불우한 14인의 아이를 맡아서 기른 양어머니였습니다. 목사님은 이민 초기에 이중 언어를 사용하시면서 이민교회의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영혼을 부흥시킨 누나였습니다. 그 경험은 25년의 홈리스 사역에 녹아들어 이제 정신적 장애, 혹은 마약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면서 가까이 오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적, 육적, 지적, 감성적인 차원의 도움을 주는 이모가 되었습니다. 고통과 슬픔에 익숙하신 목사님은 집에서도 입양 자녀를 양육하고, 사역의 현장에서는 라면, 도너츠, 음료 등 주변 독지가들의 도움을 거두어 먹이는 양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이러한 목사님의 헌신과 노력이 책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나 목사님이 당했던 전후 한국의 어려움과 이민의 삶은 우리에게 “맨땅 헤딩”이라는 말의 진의를 그대로 전달합니다. 유학과 이민의 어려움, 여성 사역자로서 당한 경시와 무시, 그리고 이를 넘어선 목사님의 달관(達觀)의 경지에 이른 인격과 그 부드러움은 영혼의 신비라 느껴집니다. 목사님의 영혼에 좌정하신 성령의 도우심이 아니고는 이런 일이 어찌 있겠습니까! 

       

    거친 삶의 현장에서 마약, 도박, 알코올, 정신질환으로 내몰린 홈리스는 어쩌면 육화된 예수님일 수도 있습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꿈 많던 여인이 미국으로 들어와 작은 자들의 목자가 되었습니다. 복음만을 신뢰하는 가운데 사랑의 음식을 나누다 보니 평생이 흘렀습니다. 감옥 가는 것을 ‘휴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다 보니 80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자서전의 초고를 읽는 중 목사님을 “누님”이라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 여러분도 그런 따뜻한 충동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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