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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땅에 작은 텃밭을 일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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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4-01 | 조회조회수 : 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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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 -양지은 노래

    “미국 땅에 작은 텃밭을 일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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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나는 텃밭에 잡초 하나를 뽑으며,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흙속에서 쉼과 기쁨을 찾고 싶은 이유를 뽑고 있다.-

    초여름 동네 집집마다 사람들이 나와 정원을 꾸미고 있다. 갑자기 꽃동네가 된 듯 생기가 돌고, 옆집 이웃과 시새움이라도 하듯 집집마다 정원에 더 고운 꽃들을 심고 있다.

    오래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영등포에 있는 누님 집을 가 보았다. 개인 주택이기는 했지만 30평 남짓 땅위에 3층으로 집이 올라갔다. 그 좁은 땅위에 집과 집 사이에 서로의 담을 높이 쌓고 시멘트로 도배하듯 어디를 보아도 흙을 볼 수 없었다. 담 위에 위태롭게 놓인 화분에다 들깨, 고추, 도마도를 심어 올려놓고, 옥상에는 박넝쿨까지 심어 논 것을 보고 울컥 젖어드는 눈시울을 훔쳤다.지금은 개발되어 최신 아파트들이 들이서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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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대신 들어선 아파트 빌딩 숲 베란다 마다 채소나 꽃을 가꾸고 있는 것을 그 뒤에 더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서울에 살고 편리한 아파트에 살아도 무엇인가 못다 푼 한을 풀기라도 하듯 흙 속에 자란 식물을 가꾸고 싶은 목마름이 사람마다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나라 서울만큼 아름다운 산과 물이 곁들인 도시도 없다. 어디를 보아도…

    그렇지만 남산만이 겨우 숨통을 열어 놓고 어디를 보아도 콩크리트 아스팔트로 땅 구멍을 막아버렸다. 서울 가면 숨통이 막힌 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것 같다. 우리 한국의 땅은 너무도 비좁다. 콩나물 시루다.

    만핫탄 빌딩 숲에서 자동차 웅얼거리는소리, 거대한 괴물의 신음소리 속에 13년을 살던 우리가 흙이 보이는 이 작은 동네로 옴겨온지 40여년이 된다. 유태인, 이태리인이 대부분인 평범한 동네다. 이사를 하자마자 잔디구석을 잘라내고 텃밭을 만들었다. 첫해는 스무 가지가 넘는 채소를 그것도 한국 토종 씨를 구해 심었다.

    LA에서 친구들이 오면 채소밭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갔다. 흙 한줌의 한을 푼 것이다. 집에서 난 채소를 비닐봉지에 넣어 무슨 값진것 이라도 되듯이 동료 직원들에게 옆집 이웃들에게 선물처럼 주었다. 유대인, 이태리인 이웃들과 함께 서로 못 보던 꽃이나 고운 꽃은 모종을 서로 나누고 꽃씨도 주고받는다.

    우리집이 하도 열심히 채소를 가꾼 것을 보고 있던 옆집 유대인 이웃도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심었다. 봄철 여름철이면 서로가 밭에서 날마다 만나 그 전에 없었던 대화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그 유대인 이웃은 가꾸는데 만 정신을 쓰고 채소를 먹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도 역시 자신도 모르는 흙에의 본능적 그리움이 의식 깊숙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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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올림픽후 21세기대통령자문위원으로 있던, 서울의 변호사이자 서울법대 법학박사 친구는 동구 5개국 순방 중 어느 대사 관저에 저녁초대를 받았다. 저녁식사에 오른 채소 맛이 싱그러웠다. 살라드 맛 칭찬을 했더니 그 대사(大使)의 취미생활이 집안 야채를 가꾸는 일이라고 하면서, 식단에 오른 것이 모두 집에서 직접 키운 채소라고 했다는 말에 감동을 잊지 않는 그였다.

    내가 아는 그 친구의 취미도 역시 채소밭 가꾸고 흙과 자연을 좋아하고 그 멋과 낭만을 아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후 그는 “서울시를 내 집 정원 가꾸듯 아름답게 꾸며 보겠다.” 고 “똑 바로 하겠다.” 는 아름다운 꿈의 의지를 보였던 최연소 저 유명한 문민초기의 “7일간의 서울시장”의 주인공이었다. 집 옆에 인접된 터가 아까워서 거기에 나무를 심은 것이, 흙의 낭만을 아는 사람이 소위 그린벨트 훼손명분으로 당한 생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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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뜰을 일구어 채소를 심을 줄 알고 그것을 행복으로 즐길 줄 아는 정치인과 한국 같은 형편으로는 아직 화려한 귀족취미로, 온갖 비리 음모가 이루어지는 취미인지 허세인지 모를 취미와는 다른 질의 사람취미 이다. 작가 정 연희씨는 이 일을 소재로, 흙을 사랑하는 사람의< 7일간의 외출>이라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의 미려하고 섬세한 글로 썼다.

    흙 때문에 말썽 난 그 집을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미국 같으면 40평됨직한 땅위에 세운 새집 같은 작은 집이었다. 독일에서 공부한 그가 그 작은 집을 유럽풍 창문을 낸 것 외에는 4명 앉으면 꽉 찬 식탁이 있는 비좁은 집이었다. 

    우면동이 지금처럼 개발이 되지 않았을 때 흙이 그리워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 그곳은 허허한 계곡이었다. 진입로 포장은 물론 상수도마저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때였다. 나는 그때 그집을 찾아가 본 증인중 허나다. 흙을 사랑한 사람의 수난과 수모였다. 

    인간의 역사는 땅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땅을 중심해서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땅을 구분하여 그것이 마을이 되기도 하고, 민족의 단위가 되기도 하고 국가를 이루기도 했다. 땅에 사는 사람들이 땅을 서로 빼앗기 위해 전쟁을 했다. 위대한 영웅은 영토확장을 천하통일이라는 이름으로 강해지면 약한 나라 땅을 침략했다.

    시져도, 알렉산더도, 징기스칸도, 나포레온도, 일본의 동조 힛틀러도 그랬다. 땅을 넓히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틴 치고 박는 싸움도 땅을 놓고 밀고 밀리는 전쟁이다.

    땅을 놓고 땅 먹는 부자가 되는 한국의 부동산 투기는 자고 나면 벼락부자를 만들어 사회의 병폐를 만들고 있다. 강남의 벼락부자 졸부문화가 압구정동 오렌지족의 퇴폐풍조를 몰고 왔다.

    어쩌다가 우리 고국은 그 작고 좁은 땅마저 역사의 수 없는 수탈 속에 내 땅 내 흙을 잃어버리고 살다가 이제는 그것 마저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는 것일까.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한줄기로 뻗어 내린 금수강산을 잘라 놓고 같은 민족 같은 땅에서 70년이나 서로가 서로의 살을 찢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셰계의 어느 땅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 산세 그리고 삼면트인 시원한 나라가 있단말인가.

    금수강산 수려한 우리 고국이 세계의 꽃밭으로 가꾸어지기를 바란다. 가요가사 처럼 한스럽고 안타깝다. “강물도 바다에서 다시 만나고, 철새도 철 따라 오가는 땅”을 원수 되어 골육도 못 만나는 이 한이 풀릴 날은 언제일까. 왜 우리는 잘린 땅도 원통한대 600기의 핵탄두를 단 미사일을 정 조준해 놓고, 우리들의 땅을 불바다로 초토를 만들어 자멸을 자초하고자 하는 것일까.

    더욱이나 금수강산(錦繡江山) 반도 삼천리가 금수인간(禽獸人間)의 6천만 썩은 동산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한스러운 남북(南北)분단 54년도 원통한데, 동서(東西)분열 망국(亡國)고질은 웬 말인가.

    한 뼘 꽃밭을 가꾸면서 흙 한줌이 주는 고마움과 땅이 주는 서러움도 함께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민족이 섞여 사는, 보이는 동네 정원들의 꽃가꾸기를 보면서 인류마음의 꽃밭을 함께 가꿔야 한다는 깨달음도 오고, 내 울타리를 넘어 아름다움을 나누는 꽃밭이 더 곱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인종도 국경도 뛰어넘는 꽃밭을 가꿔야 하는 시간에 살고 있다는 것도 깨닫고 있다.

    사랑의 꽃이 만발한 꽃동산으로 하나의 정원이 되는 세계공동체가, 새로 오는 세기의 새 땅으로 다가오는 꿈을 꾼다.

    오늘도 나는 텃밭에 잡초 하나를 뽑으면서,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흙속에서 쉼과 기쁨을 찾고 싶어하는 이유를 함께 뽑고 있다.

    아울러 오늘은,

    우리 보다 먼저 고인이된 우리들 구릅, 김상철 서울특별 시장을 추모한다.

    글.강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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