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목사 칼럼] 맨발의 설교자 > 칼럼 | KCMUSA

[이창민 목사 칼럼] 맨발의 설교자 > 칼럼

본문 바로가기

  • 칼럼

    홈 > 목회 > 칼럼

    [이창민 목사 칼럼] 맨발의 설교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4-04-23 | 조회조회수 : 37회

    본문

    두 달 전쯤이었습니다. 몇 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평신도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뜨겁게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기도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결론을 내렸어야 하는 교단 탈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여러 교회가 상처와 갈등 속에서 영적으로 지쳐있었고 갈급한 때였습니다. 이럴 때 모여서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에 남가주에 있는 한인연합감리교회에 속한 평신도들과 목회자들이 모여 ‘서부지역 연합수련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행사를 하려고 하니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곧 다가오는 부활주일로 교회마다 분주했습니다. 우선 4월 13일 토요일 오전으로 날짜부터 잡았습니다. ‘다시 일어나’라는 멋진 주제도 정했습니다. 그 일정에 맞춰 동북부 한인선교구의 안명훈 감리사님과 서부지역 한인선교구의 홍삼열 감리사님이 오시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캘리포니아-퍼시픽 연회의 도티 감독님(Bishop Dottie Escobedo-Frank)도 초청했습니다. 


    도티 감독님께서는 연회의 지방 감리사님들과 함께 오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대로 하와이 지방의 톰 최(Tom Choi) 감리사님을 제외한 4개 지방의 감리사님들과 7월부터 새롭게 감리사 일을 시작하는 두 분의 신임 감리사님들까지 그날 행사에 참석해서 연회의 리더들이 한인 교회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문제는 행사는 하기로 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가였습니다. 아무리 음식을 잘 차려도 오는 사람이 없으면 준비한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각 교회에 포스터와 이메일을 보내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남가주 여선교회 연합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도왔습니다. 토요일 아침 ‘연합수련회’가 열리는 윌셔연합감리교회는 주차장 공사로 어수선했습니다. 그 어수선함을 지나 교회로 들어오시는 분들을 볼 때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이들은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기도하면서 큰 은혜를 누렸습니다. 


    그날 첫 순서로 강단에 오른 도티 감독님은 “아직도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There is still room!)”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어린 시절 대식구가 살 때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로 말씀을 시작하신 도티 감독님께서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이 준비한 은혜의 식탁에 둘러앉은 한 가족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모인 하나님의 은혜라는 식탁은 너무도 커서 누구도 소외될 수 없는 자리라고 하셨습니다. 


    또, 4월 23일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리는 연합감리교회 총회를 앞두고 많은 사람이 염려하고 있는 현실을 말씀하시면서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한인 교회들이 설 자리를 잃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다른 입장을 가진 목회자가 파송 받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감독으로서 그런 파송은 하지 않을 것이고, 한인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존중할 것을 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합감리교회라는 은혜의 식탁에 초청받은 사람들이고, 자신은 감독으로서 한인 교회와 교우들을 존중하고 돌볼 것이라고 하시면서 한인 교회는 교단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하면서 그 은혜의 식탁에는 아직도 자리가 많이 남아있다고 하셨습니다. 


    도티 감독님의 설교를 듣는데, 감독님의 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신을 벗고 강단에 서서 말씀을 전하고 계셨습니다. 맨발로 강단에 서는 이유는 따로 듣지 못했지만,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에서 모세를 부르실 때 하나님께서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라고 하셨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지금 말씀을 전하는 자리가 거룩한 자리임을 상기하며 신을 벗고 강단에 섰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말씀에 대한 경외심과 말씀을 주신 하나님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맨발로 서서 말씀을 전하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날 연합수련회에 참석하셔서 함께 은혜를 나누어주신 교우들께 감사드립니다. 4월 23일부터 5월 3일까지 연합감리교회 교단 총회가 열립니다. 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지키면서 서로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는 신앙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시면서 총회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