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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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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5-08 | 조회조회수 : 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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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 아침이면 예배당 앞에서는 한 주 만에 만나는 교우들이 나누는 반가운 인사 소리와 함께 교제의 기쁨이 넘칩니다.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걸어오는 교우를 향해서는 손을 흔들어 반가운 마음을 알리기도 하고, 가까이서 마주친 교우들끼리 손을 잡고 예배당으로 걸어들어오기도 합니다. 예배당 앞에서 한 주간의 안부를 물으며 성도의 교제를 나누다 보면 한 주간의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교회 앞마당에 반가운 얼굴들이 서서 교우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주일 예배를 위해 교회에 오시는 분마다 그 얼굴들을 보며 인사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반가운 미소로, 때로는 반가움을 넘어 경탄으로 맞이한 그 얼굴들은 교회 앞 마당을 가득 채우고 활짝 핀 채 교우들을 맞이하는 장미꽃이었습니다. 


    장미꽃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전 주까지만 해도 꽃봉오리 몇 개만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한 주 사이에 다따가 만개했기 때문입니다. 빨간 장미는 기본이고, 하얀색, 노란색, 주황색, 연분홍색 등 여러 색의 장미가 교회 앞마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장미꽃 한 송이가 얼마나 튼실한지 작은 수박만 한 꽃도 여러 개 피였고, 장미꽃이 내뿜는 향기가 교회를 찾는 교우들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은은한 꽃향내를 내며 우아한 색상의 고운 자태를 드러내며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들의 과분한 환영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조동화 시인의 시였습니다. 한 송이 꽃이 모여 꽃밭을 이루는 것을 보며 시인은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습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시인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충대충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이야말로 풀밭을 꽃밭으로 만드는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 대신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으로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임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시인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 하나라도’ 꽃을 피우겠다는 용기가 모일 때 살맛 나는 세상이 되리라고 소리높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 하나 꽃 핀다고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절망의 말을 퍼트리는 세상을 향해,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희망의 증거가 된 장미꽃들에게서 용기를 배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예배당으로 들어오시던 교우 한 분이 장미꽃밭 앞에 멈춰 서더니 말을 건넸습니다. ‘참 신비하지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의 솜씨는 정말 대단합니다.’ 대화는 하고 있었지만, 그분이나 저의 눈은 여전히 장미꽃에 꽂혀 있었습니다. 한 송이 장미가 모여 풀밭을 꽃밭으로 만든 신비의 현장을 보면서 이곳이야말로 하나님의 솜씨를 증명하는 ‘장미 동산’이라고 하자, 그분이 제 말을 정정해 주셨습니다. 이곳은 ‘장미 동산’이 아니라 ‘기적의 동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입니다.


    비록 교회 앞마당에 있는 작은 정원이지만, 그 위에서 장미꽃의 향연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과 생명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기에 그곳은 기적의 동산 맞습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는 소극적인 생각이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된다는 희망이 현실이 되는 자리이기에 기적의 동산 맞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곳을 지나 예배의 자리에 서는 사람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하나님을 신실하게 예배하는 참된 예배자로 서겠다는 결단을 하도록 일깨워주기에 예배당 앞에 있는 장미꽃밭은 기적의 동산임이 분명합니다.


    ‘기적의 동산’은 교회 앞에 펼쳐진 장미꽃밭만이 아닙니다. 각자의 삶 속에 믿음의 꽃을 피우고, 또 그 믿음의 꽃이 모인 믿음의 꽃밭이 되는 교회도 ‘기적의 동산’입니다. 기적의 동산에서는 믿음의 꽃만이 아니라 사랑과 소망, 은혜의 꽃도 피어납니다. 그 꽃들이 모인 곳이야말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기적의 동산’이 될 것입니다. 


    ‘나 하나 꽃 핀다고 무슨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라는 의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나 하나의 모습은 작고 초라할 뿐입니다. 그런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내가 먼저 신앙의 작은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것입니다. 그 신앙의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기적의 동산’을 만들어가는 우리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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