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달리는 힘 - 카이로스(Kai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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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NCAA 대학농구 지역 결승전. 시러큐스 대학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8점을 앞서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74대 73, 인디애나 대학의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스포츠 심리학자 데이비드 비안친(David Bianchin) 교수는 이 패배의 원인을 뜻밖의 지점에서 찾았다. 시러큐스 선수들은 승리를 예단하며 시간을 ‘기다리는 태도’로 임했지만, 인디애나 선수들은 단 1초라도 아끼며 끝까지 ‘공격적인 시간’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과 경영학, 그리고 신앙의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화두는 언제나 ‘마지막 시간 관리’이다.
고대 그리스어에는 시간에 대한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하나는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반복되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다. 누구나 공평하게 누리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다른 하나는 의미가 부여된 결정적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다. 이는 단순한 흐름을 넘어 하나님의 개입과 인간의 응답이 만나는 순간, 즉 삶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때를 의미한다.
연말과 연초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카이로스’의 접점이다. 경영학자 스티븐 코비는 “성공적인 인생을 원한다면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해 보라”고 조언했다. 생의 결산일을 기억하는 자만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고돈(C. G. Gordon) 장군은 중국과의 전투에서 33번의 승리를 거둔 영웅이었다. 그는 귀국 후 모든 명예와 상금을 사양하고 오직 승전 기록이 새겨진 금메달 하나만을 간직했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메달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훗날 밝혀진 사실은 놀라웠다. 그는 멘체스터 빈민들을 위해 그 금메달을 팔아 기부했던 것이다. 그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오늘 내 인생의 마지막 보물을 주 예수께 바쳤다. 이제야 내 삶이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새해라는 텅 빈 화폭 앞에 선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첫째, 어느 길로 달릴 것인가.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1등은 위태롭다. 진실은 다리가 길어 결국 승리한다는 믿음으로 바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무엇을 위해 달릴 것인가.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는 소유의 정점에 서 있었으나 고립된 채 비참한 말년을 맞았다. 인생의 가치는 소유의 양이 아니라, 그 소유를 ‘어디에 썼는가’에서 판가름 난다. 셋째, 누구와 함께 달릴 것인가.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지역사회의 소외된 곳을 살피며 동행하는 삶이야말로 카이로스의 인생을 가는 비결이다.
성 어거스틴은 “과거는 하나님의 긍휼에, 현재는 하나님의 사랑에, 미래는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라”고 했다. 바라기는 2026년 새해, 과거의 아픔은 뒤로하고 위로부터 오는 새 힘을 덧입어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별처럼 카이로스의 인생을 오롯이 살아가길 소망한다.
장재웅 목사(하늘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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