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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구 장로 칼럼] 지구 반대편의 여름, 그리고 원칙에 대한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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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12-30 | 조회조회수 : 2,3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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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고, 하얀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았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 할아버지가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하얀 눈 위를 달려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 설레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른다. 


미국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다. 날씨가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워지는 일도 드물어, 지난 약 25년 동안 눈이 온 것은 두 번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눈 구경을 위해 북쪽 산간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고, 스키를 타기 위해서는 차로 최소 다섯 시간 이상 북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텍사스 최남단, 멕시코 국경 도시인 이곳이 어느새 나의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이제는 어디를 여행하고 돌아와도 이곳 집이 가장 그리운 곳이 되었고, 집에 도착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렇게 겨울이면 눈을 기다리고 눈을 찾아 떠나던 시절과는 정반대로, 겨울이 오히려 여름이 되는 지구 반대편 지역을 이번에 방문하게 되었다. 바로 호주와 뉴질랜드다. 우리와 똑같이 달력으로는 12월이지만, 이곳은 추운 겨울이 아니라 한여름의 날씨였다. 크리스마스를 눈이 아닌 반팔 옷차림으로 맞이하는 이색적인 풍경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큰딸 가정과 함께 약 열흘 동안 두 나라를 여행하며, 겨울이지만 여름인 색다른 계절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먼저 호주 시드니에서 5일 동안 머문 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사흘 밤을 보내며 인근 섬들을 방문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었으며, 화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산을 오르며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SNS로 찾아본 정보와 더불어 직접 눈으로 나라를 살펴보았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약 1.2배 정도이지만 인구는 약 520만 명에 불과하다. 영국의 지배를 약 107년간 받다가 1947년에 완전한 독립을 이룬 나라다. GDP 세계 순위는 약 55위 정도이지만, 인구가 적어 1인당 국민소득(PPP 기준)은 약 4만 9천 달러 수준으로 국민들이 비교적 잘 살고 복지 제도도 잘 갖추어진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양을 많이 키우는 축산·낙농 국가로도 유명하다. 전반적으로 도시를 방문해도 마치 시골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자연과 바다, 섬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에 남는다.


여행 마지막 날 저녁, 사위의 사촌 여동생이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약 30년 만에 이 먼 이국땅에서 친척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오클랜드 시내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심 속 산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고, 그곳에서 바라본 오클랜드의 전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저녁 시간이 되어 큰딸 가족과 사위의 사촌 여동생 가족까지 모두 아홉 명이 모이게 되었는데, 나이가 많은 우리 부부는 빠지고 두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자리를 피해 주기로 했다. 딸과 사위, 사촌 여동생은 함께 가자고 했지만, 아이들 연령대도 비슷하고 젊은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결정했다. 아내는 내심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을 알았지만, 나는 나름대로 하나의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원칙이란, 상황이 애매할 때 내가 조금 손해를 보고 부족함을 느끼더라도 상대방이 더 편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내가 이익을 보고 나만 좋고 상대가 불편하다면, 그것은 바른 원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조금 불편해도 상대가 기뻐할 수 있다면, 그 배려가 공동체 안에서 꼭 필요한 원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편리함이나 이익보다 바른 기준을 우선하는 태도,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동일하게 행동하는 정직함, 그리고 순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신뢰와 가치를 선택하는 자세가 바로 원칙을 지키는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결정하고 아내와 둘이 저녁 식사를 한 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딸 가족의 얼굴에 가득한 즐거움과 행복을 보며,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공동체 안에서 항상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선택은 당장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는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결정을 할 때, 사회는 더욱 밝고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이번 여행을 통해 그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온 가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훈구 장로(G2G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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