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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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매년 연말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유난히 바빠지는 경향이 있다. 해가 가기 전에 정리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 각종 모임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가 여기저기서 이어진다. 그래서 연말은 어느 달보다도 바쁘게 보내게 된다.
나 역시 12월이 되면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의 직원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겸해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연말 마무리 행사로 점심을 먹기도 하며 여러모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 가운데 약 2주 동안의 가족 여행 일정까지 겹쳐, 지난 한 달은 더욱 분주하게 지나갔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해가 바뀌기 전에 함께 점심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시간을 내어 그 사람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해부터는 어떤 모임에도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사업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떤 그룹에서 함께하던 분들 중 한 사람과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마음이 많이 힘들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무심코 한 말 실수로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속상했다고 했다. 그런 말 실수를 한 자신이 너무 밉고 괴로워서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도 하고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지만, 상대방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아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결국 자신을 원망하며 지난 한 주를 몹시 힘들게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날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먼저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몹시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걸작품입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걸작품이 자기 자신을 미워하기보다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 주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꼭 필요합니다.”
또한 사람의 성격과 개성은 모두 다르게 태어났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니 그 상대방 역시 하나님께서 만드신 또 하나의 걸작품이며,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또한 조심해야 할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개성과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때로는 서로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가끔은 누가 말 한 것을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내가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보았어도 못 본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자신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일 수 있습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아주 긍정을 하며 고맙다고 하면서, 나를 형님으로 모시고 싶다는 표현까지 했다. 나는 그 마음만 감사히 받고 웃으며 넘겼다.
나는 2025년의 마지막 날, 남아 있던 하루의 점심시간에 몹시 힘들어하던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그 만남은 우연처럼 보였지만,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책을 읽고 묵상하며 삶 속에서 깨닫고 경험해 온 ‘감사와 행복한 삶’에 대한 작은 깨달음과 지혜를 조심스럽게 나누었다. 내 말이 그 사람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 짧은 만남을 통해 말 한마디와 작은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웃에게 아주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나를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감사가 가득한 마음으로 2025년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훈구 장로(G2G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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