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걱정마라, 산산조각나도 살아갈 수 있다" > 도서 | KCMUSA

정호승 시인 "걱정마라, 산산조각나도 살아갈 수 있다" > 도서

본문 바로가기

  • 도서

    홈 > 문화 > 도서

    정호승 시인 "걱정마라, 산산조각나도 살아갈 수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0-11-12 | 조회조회수 : 8,504회

    본문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출간 기자간담회



    0b19d726503a0faaf834a1afb68dfeab_1605215995_4628.jpg
    정호승 시인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 카페에서 열린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출간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p15 '산산조각(2003)' 중에서


    '내 삶이 또 산산조각이 나면 어떡하나'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인은 말한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난 것을 얻은 것 아니냐, 산산조각이 나면 그 산산조각난 상태로 살아가면 되지 않냐'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시인으로 꼽히는 정호승 시인이 1972년 등단한 이래 반세기 동안 발표한 천 편이 넘는 자신의 시 가운데 첫번째로 꼽은 '산산조각'이다.


    정호승 시인은 10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신작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비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가 저한테 삶의 위안, 큰 힘을 주고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며 "시인으로서 단 한 편의 시라도 삶의 큰 위안과 힘을 준다면 시인으로서 얼마나 큰 기쁨인가"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 기쁨을 지니고 있는 시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책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산산조각', '당신을 찾아서', '수선화에게', '서울의 예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등 지난 48년 동안 창작한 천여 편의 작품 가운데 60편을 골라 시에 얽힌 사연과 함께 책에 담아냈다.


    "잘린 내 머리를 두 손에 받쳐 들고

    먼 산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날 수 없었던

    당신을 향해

    잘린 머리를 들고 다닌 성인들처럼

    걸어가다 쓰러진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p321 '당신을 찾아서(2020)' 중에서


    생드니 성인이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참수당한 뒤 자기의 머리를 들고 가다 쓰러져 죽은 자리에 세워진 생드니 성당의 설화를 바탕으로 쓴 시다.


    정 시인은 "생드니 성인이 잘린 자기의 머리를 들고 걸어가는 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다"며 "우리가 오늘을 사는 것도 잘린 자기의 머리를 들고가는 것과 같다"며 "시인으로서의 삶도 생드니 성인의 고통과 같은 것"이라며 "어디를 향해 누구를 찾아서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간의 제목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수선화에게'와 함께 실린 글 마지막에 있는 문장이다.


    정 시인은 "외로움은 우리가 사는 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본질적으로는 외롭지만 그걸 이해함으로써 외롭지 않을 수 있다"며 "삶이 외로워도 그 이해를 통해 스스로 긍정하고 견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인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류는 지금까지 질병과 함께 살아왔다. 이미 다가왔기에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인내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 인내의 힘을 누구나 지니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절망과 고통을, 인내를 통해 견딤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벗어난 비대면, 비관계의 삶 대신 인간 본연의 '희망'의 말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에서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