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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와 Q복음서에리히 프롬과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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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에큐메니안| 작성일2020-12-08 | 조회조회수 : 12,4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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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오늘날 과거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졌다고 해도 ‘에리히 프롬(E. Fromm)’은 20세기의 저명한 지성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사회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함에 있어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고, 난해하지 않은 명료한 글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여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는 생애 후반기의 대작이자 자신의 사상여정을 총결산하면서 요약하는 저서인 『소유냐 존재냐』(1)에서 Q를 짧게 다루었다.


    이 글에서는 에리히 프롬의 Q 이해를 고찰하고 Q 연구자의 입장에서 그의 Q 해석을 검토하고자 한다. 에리히 프롬과 같은 석학이 자신의 관심사에 기초하여 Q를 어떻게 읽고 이해했는가를 검토해 보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그의 독특한 사회적, 심리적, 종교적 입장과 Q의 만남은 Q 해석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에리히 프롬과 Q의 만남과 대화


    에리히 프롬은 고대와 현대의 다양한 사상적 흐름들을 두루 거쳤고, 그것을 나름대로 융합하면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상 프롬과 Q의 대화에는 프롬의 배경이 되는 사상들도 그 대화에 함께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사상적 배경의 광범위하지만 초점을 모으면 세 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그것은 ⑴ 유대교를 비롯한 기독교와 불교에 대한 종교적인 전통에 대한 공부, ⑵ 프로이트(S. Frued)에 대한 연구와 정신분석가로서의 임상적인 경험, ⑶ 마르크스(K. Marx)에 기초한 사회에 대한 연구 등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대교 신자로서 토라를 공부했었다. 특히 그는 청년 시절에 6년에 걸쳐 ‘살만 바룩 라빈코프(Salman Baruch Rabinkow)’라고 하는 인문주의적 랍비에게서 성서를 인문적으로 읽는 훈련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여느 유대인들과는 다른 종교적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2) 그는 신약성서와 기독교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청년 시기에는 불교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멕시코에 건너가서는 선불교를 접하게 되고 선불교 공부와 좌선에 몰입하게 되기도 했다. 서양에 선불교를 전파하는데 가장 탁월했던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와의 만남은 선공부에 큰 전환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3)


    또한 프롬은 기독교 신비주의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d)를 접하고 그를 열심히 공부했다. 최근 국내에도 에르하르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프롬은 그를 일찍부터 알아보았고 열심히 알린 사람 중 하나였다. 이러한 종교에 대한 공부 때문에 프롬은 보수주의자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 자신도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이었던 ‘허버트 마르쿠제(H. Marcuse)’는 프롬의 종교적 입장을 비판하면서 그의 종교관이 보수적이라고 공격했다.


    아울러, 프롬은 일찍부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했다. 저술가, 강사, 교수도 그의 직업이었지만, 프롬이 평생 꾸준하게 행한 일은 정신분석가로서의 활동이었다. 프로이트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카렌 호나이(K. Horney)’, ‘해리 설리반(H. S. Sullivan)’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정통 프로이트파를 벗어나게 된다. 프롬은 한 이론 체계가 6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프롬은 프로이트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독자적인 심리학 이론을 제시하게 된다.(4)


    프롬은 또한 마르크스를 열심히 연구했다. 프롬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연구소에 가입하여 그들에게 정신분석을 소개하는 한편, 그들로부터 마르크스의 사상을 배웠다. 프랑크푸르트학파와 결별한 뒤에도 그는 계속해서 마르크스를 읽었다. 그는 마르크스의 전기와 자신의 마르크스 해석을 담은 작은 책도 출판했다.(5) 프롬은 사회 심리학적 작업을 많이 수행했는데, 그의 이름을 미국과 세계에 알린 첫 번째 단행본인 『자유로부터의 도피』(6)는 사회학과 심리학이 잘 결합된 책이었다. 그의 실질적인 마지막 책인 『소유냐 존재냐』에도 역시 사회적 차원과 심리적 차원이 잘 결합되어 있다.(7)


    에리히 프롬의 Q 이해 


    프롬의 긴 사상적 여정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으로 집약된다. 그는 이 책에서 삶의 태도를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으로 나누었다. 이것은 이전에 있었던 구분, 즉 수용, 착취, 저장, 시장으로 대표되는 비생산적 유형과 사랑으로 대표되는 생산적 유형의 구분, 삶에 대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사랑이라는 성격유형의 구분을 종합하면서 형성된, 프롬이 도달하게 된 최종적인 구분법이다. 그는 “소유와 존재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체험의 두 가지 형태로서, 그 각 양식의 강도가 개인의 성격 및 여러 유형의 사회적 성격의 차이를 결정한다.”(8)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구분에 기초하여 성서도 이해한다.


    에리히 프롬은 이미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서 급진적 인문주의적 방식으로 구약성서를 독해했었다. 그는 『소유냐 존재냐』에서는 “존재”라는 키워드로 구약성서를 읽어나간다. 이 책에서 구약성서의 주요 모토는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떠나라, 모든 속박으로부터 너 자신을 풀어라, 존재하라!”(9)로 해석된다. 아브라함은 소유양식이 아닌 존재양식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된다. 모세에 의한 광야의 유랑생활도 마찬가지다. 무교병도 안식일도 존재양식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예언자들에게까지 이어지고 결국에는 랍비 전통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았다.


    에리히 프롬은 신약성서 이해에 있어서 소유/존재의 구분으로 신약성서도 바라본다. 그는 존재지향에 있어서는 신약성서가 구약성서보다 더 투철하다고 본다.(10) 왜냐하면 그는 유목민이나 자유소작농에서 유래한 구약성서나 중산계급으로부터 유래한 탈무드와 달리 초기 기독교 운동은 가난한 자들로부터 유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산상수훈이 “노예반란 성명서”였다는 ‘막스 베버(M. Weber)’의 말도 인용한다.


    에리히 프롬은 Q를 “유대교로부터 분리되기 이전의 기독교 공동체에 전파되었던 복음서의 가장 오래된 대목”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그는 Q 이해에 있어서 슐츠(S. Schulz)의 이론에 의지하고 있다.(11) 에리히 프롬은 슐츠의 전승사적 구분, 즉 팔레스타인-시리아에 있었던 오래된 Q 공동체(altesten Q Gemeinde)와 시리아에 있었던 새로운 Q 공동체(jungeren  Q Gemeinde)로 구분하는 슐츠의 구분을 받아들이고 있다.(12)


    그는 Q복음서 역시 소유/존재의 이원적 지향과 형태 가운데서 이해한다. 그는 Q의 중심 전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복음서에서 발견되는 중심 전제는 모름지기 인간은 모든 탐욕과 소유욕을 떨쳐 버리고 자신을 소유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켜야 한다는 요청이다.”(13) 즉 에리히 프롬은 Q를 탈소유의 복음으로 이해한 것이며, Q의 핵심을 소유로부터의 해방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는 Q의 에토스를 “존재의 윤리, 공유와 결속의 윤리”로 이해한다.


    그는 “오래된 Q”에 있는 메시지가 자신의 권리의 포기와 사물의 소유권에 대한 포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는 “보물을 쌓아 두지 말라”는 Q12:33과 “가난한 자들에 대한 축복”(Q6:20)을 언급한다. 그는 이러한 말씀들이 기독교 초기 공동체가 사유재산을 단념하는 것을 지향하고 부의 축적을 경계하는 메시지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오래된 Q가 묵시록적 표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소집단인 Q 공동체가 “거의 믿을 수 없는 극단주의”를 견지했다고 판단했다.


    프롬은 새로운 Q의 위치를 기독교 후기 단계로 잡는다. ‘새로운 Q’의 대표적인 본문은 시험이야기이다. 그는 시험 이야기에서 마귀가 소유욕과 권력욕의 소유지 향성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서술한다.(14) 그는 시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15)


    “이 이야기에서 예수와 마귀는 대립적인 두 원칙을 대표한다. 마귀는 물질적 소비와 자연 및 인간을 지배하는 힘의 대표자이다. 반면, 예수는 존재의 구현이며, 소유하지 않는 것이 존재양식의 전제라는 이념의 구현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복음시대 이래 마귀의 기본 원칙을 추종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이 원칙들이 개가를 올린다고 해도, 예수를 비롯해서 그를 전후한 위인들이 말했던 참존재의 실현에 대한 염원을 꺼버릴 수는 없었다.”


    미주

    (미주 1) E. Fromm, 『소유냐 존재냐』, 차경아 역, 까치, 2013.

    (미주 2) 구약성서에 대한 인문적인 해석으로는 E. Fromm,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 급진적 휴머니스트의 혁명적 구약읽기』, 이종훈 역, 휴, 2013 참조.

    (미주 3) E. Fromm, 『사랑의 기술-선과 정신분석』, 권오석 역, 홍신문화사, 1991.

    (미주 4) E. Fromm, 『인간의 마음』,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 2002 등.

    (미주 5) E. Fromm, 『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김진욱 역, 집문당, 2011; E. Fromm,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최재봉 역, 에코의 서재, 2007.

    (미주 6) E. Fromm, 『자유로부터의 도피』, 원창화 역, 홍신문화사, 2006.

    (미주 7) 이상, 에리히 프롬의 사상적 여정에 대해서는 박홍규, 『우리는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의 생애와 사상』, 필맥, 2004 참조.

    (미주 8) Fromm, 『소유냐 존재냐』, 34. 9) Ibid., 78.

    (미주 10) Ibid., 86.

    (미주 11) S. Schulz, Q: Die Spruchquelle der Evangelisten, Theologischer Verlag, 1972.

    (미주 12) Ibid., 57-480.

    (미주 13) Fromm, 『소유냐 존재냐』, 87.

    (미주 14) Ibid., 90.

    (미주 15) 이하 Ibid., 90-91.


    김재현(계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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