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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 실험실에서 만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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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NEWS M| 작성일2022-02-07 | 조회조회수 : 16,0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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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생물학 과학자 김영웅 박사 신간, “닮은 듯 다른 우리”

    과학과 신앙의 콜라보 “과학자의 신앙공부”에 이은 또 다른 낯설게 보기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도스토옙스키가 생물학자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인간 실존의 상황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통해 낯선 생물학의 세계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주는 신간, “닮은 듯 다른 우리”(도서 출판 선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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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웅 작가


    작가 김영웅이 두 번째로 낸 책이다. 캘리포니아 엘에이 북쪽 지역 [시티오브호프 연구소]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다.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실험실 과학자이지만, 그의 정신은 마냥 자유롭다. 지독한 독서광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과 씨름하고 이를 부지런히 소개하는 일상은 그의 삶에 또 다른 축이다.


    특히 문학과 철학 등 인문학적 관심과 고민은 과학자이자 작가이며 또한 진지한 신앙인으로서 다양한 정체성 오가며 살아가는 삶을 더욱 분주하지만, 한층 통합적인 결정체로 만들어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그의 첫 번째 책 "과학자의 신앙공부”는 생물학자의 낯선 시선으로 신앙에 대해 묵상하고 고민한 흔적의 기록이다. 과학과 신앙의 충돌이라는 구시대적 전장을 보기 좋게 가로지르며 유유자적 어깨동무한 과학과 신앙의 나들이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번에 출판한 두 번째 책 “닮은 듯 다른 우리”는 또 다른 낯설게 보기를 시도했다. 복잡하고 생경한 생물학을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통해 풀었다. 소설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된 생물학과 함께 그것이 던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통찰 또한 담고 있다. 당연히 신이나 성경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귀 있는’ 사람에게 들리는 신앙적 속삭임은 덤이다.


    중요한 연구와 논문 마무리로 분주한 김영웅 박사를 붙들고 책과 일상에 담긴 마음을 물어보았다. 이내 안경을 고쳐 쓰며 성심성의껏 전해준 그의 속내를 들어보자.


    어떤 책인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물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생물학자의 눈으로 흥미롭게 고민하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에서 발견했고 그것을 착안점으로 삼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아버지 표도르의 난잡한 생활로 인해 네 아들이 세 명의 어머니를 통해 태어난다. 배경만큼이나 각 아들의 성격과 행동은 모두 다르다. 한 아버지로부터 태어나 누구보다도 닮아야 하는 아들들인데도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네 명의 카라마조프를 추적하면서 과연 ‘카라마조프적’ 혹은 인간적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해보고 싶었다.


    분자세포 생물학적으로 보면 이 다양한 군상은 아버지 표도르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존재이지만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동일함과 다름이 중첩된 현상으로서의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해보고 싶었다.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신앙과 과학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번에는 문학과 과학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첫 번째 책 “과학자의 신앙공부”가 2021년 세종도서 교양 부분에 선정됐다. 놀랍고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선정 기준이 마음에 와닿았다. 학문 간 융합 혹은 크로스오버가 키워드였다. 신앙 서적은 전통적으로 목회자나 신학자 등 신앙/신학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분들이 출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반 성도로서 더구나 과학자의 시선으로 신앙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오히려 선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나 역시 전통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익숙한 것들을 다시 톺아보는 것, 그것이 첫 번째나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것 중 하나였다.


    다른 말로 하면 ‘낯설게 보기’ 정도가 될 텐데, 이런 시선으로 기존에 주어진 것 혹은 익숙한 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놓친 것 혹은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들을 살펴보고 싶었다.


    첫 번째 책이 이런 낯선 시선으로 기독교 전통과 익숙한 신앙적 문법이 만들어놓은 아성에 저항하고 균열을 내려는 시도였다면, 두 번째 책은 같은 맥락으로 내가 경험한 과학을 통해 인간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이제껏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과학적 해석과 적용에도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명하고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과학적 사실도 은연중에 전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주장을 하거나 선입견을 품게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사실을 통해 인간의 특별함을 우월함으로 보는 전통적인 관점에 균열을 가하고 싶었고, 그 대안으로써 인간의 특별함을 인간다움으로 해석하길 제안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책은 신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인가?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책이 첫 번째 책보다 더욱 신앙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심에 있다. 또한 신에 대한 질문은 결국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흔히 인간은 다른 존재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공부와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다를 뿐이지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1, 2부는 인간에 대해서 닮음과 다름을 이야기하고, 3부는 그 이야기를 확장해서 모든 생태계에도 진화의 궁극적 열매인 다양성이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하나님 창조 가운데 있는 모든 존재는 우열의 관계가 아닌 각기 완전하지만 다양한 개체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풍성한 빛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다양성 가운데 공존하고 있을 뿐이다. 신학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의미 역시 군림과 지배가 아닌 존중과 섬김의 뉘앙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스리는 행위 이면에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섬기는 자의 이미지가 전제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실험실 과학자,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그러면서도 다독과 다작의 끈을 놓지 않는 작가다. 이 분주한 삶 가운데 글은 무엇인가?


    글을 쓰기 전에는 과학자가 나의 정체성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체성과 삶이 무너지는 듯한 시간이 있었다. 이 시기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씨름을 하면서 글을 붙들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얻었다.


    글을 읽고 쓰면서 협소한 ‘나’에 갇힌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가능성으로서 새로운 ‘나’를 찾기도 한다. 이번 책 역시 좌절 이후 치유 같은 독서와 글쓰기의 여정을 정리하고 고백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대할 때면 마치 받아들여지는 느낌과 비로소 얻은 해방감 같은 것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과학자만은 아니야, 나는 인간이야’라고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 읽기와 쓰기로서의 글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연장선을 그리고 있다. 쓰기를 통해 새로운 읽기를 만나고, 읽기가 새로운 쓰기를 열어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각각의 읽기와 쓰기의 마무리가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 가면서, 나의 삶도 연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글은 고마운 존재다. 글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이어가고 또 나누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글로 얻은 수익은 나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고마움을 나타낼 수 있는 다른 곳에 전하기도 했다. 글로 이미 받은 축복을 다른 이에게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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