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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운명과 운, 그 너머의 섭리를 신뢰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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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가스펠투데| 작성일2024-05-06 | 조회조회수 :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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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는 노인복지나 제도 같은 고연령 사회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코엔 형제가 따왔다. 시가 주장하는 바는 본능과 관능에 따라 사는 타락한 현시대와 노인과 같은 ‘현자(the Wise)’마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예측 불가능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진선미(眞善美)와 영원불멸에의 동경과 이상을 노래한다.


    이 영화는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배경은 1980년대 미국 텍사스이다. 사막에서 영양을 사냥하던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잔혹하게 살해된 현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2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습득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모스는 현장에서 채 숨이 멎지 않은 사람이 애원한 물 한 모금의 기억에 다시 사건 현장을 찾고, 거기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 노련한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이 사건의 뒤를 추적하면서 이들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영화의 표면적 구도는 이들 사이의 추적과 추격이지만,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그보다는 안톤 시거 존재 자체와 이로 말미암은 여러 현상을 통해, 통제 불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시대와 사회를 묘사한다.


    주인공 안톤 시거는 매우 잔인하면서도 무뚝뚝하게 살인하는데, 이때 한치의 표정 변화도 없다. 그게 사람에게 더 큰 공포감을 준다. 그가 가진 유일한 자비는 희생당할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주는 ‘동전 알아맞히기’ 게임으로, 동전을 던져 나온 앞뒷면을 맞추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destiny)을 운(luck)에 맡기는 셈인데, 여기서 ‘운’은 인간의 자율적인 선택권(option)이 아닌 통제 불가능한 것으로의 운(fate)이다.


    라깡은 인간 세상을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로 구분한다. 이성을 통해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상상계’(the Imaginary)라면, 언어나 기호로 표현 가능한, 우리가 사는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형태의 모든 것들은 ‘상징계’(the Symbolic)에 속한다. 그에 반해, ‘실재계’(the Real)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무의식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을 의미한다. 안톤 시거의 존재와 등장은 라깡에 의하면 실재계의 침입이다. 생각하거나 상상할 수조차 없는, 내가 사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엄청난 재앙과 불행이다. 애석하게도 인간은 그 실재계의 침입에 속수무책이다.

     .... 중략.... 

    그렇다면 이런 실재계의 침입과 우연과 운으로 결정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안톤 시거와 만난 상점 주인은 동전 던지기를 통해 생명을 구한다. 자신의 운명을 운에 걸었고, 반반의 확률에서 승리한다. 반면, 르웰린 모스의 아내 칼라 진(켈리 맥도널드)은 자신을 죽이러 온 안톤 시거에게 "동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동전 던지기를 거부하며 죽는다. 운이 아닌 인간의 주체적 결정에 자신을 맡긴 결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앙이 필요하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운이나 우연이 아닌, 통제 불능의 영역 자체를 넘어 포함하고 계신 분이다. 비록 당장 눈앞에 발생한 사건/사태에 곧바로 대처하거나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하나님이 모든 걸 예정하고 주관하고 섭리하시는 분임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하나님은 운명처럼 다가온 그 죽음마저 예기치 못한 부활로 극복하신 분이시다.


    임명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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